우승이 확정된 뒤 환호하는 타이거 우즈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30cm 보기 퍼트를 남겨 놓은 우즈는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이어 챔피언 퍼트가 된 보기 퍼트를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PGA 투어 통산 81승째를 거둔 우즈지만, 이 순간은 그 어느 우승보다 감격스러운 순간으로 남았다.
우즈가 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에서 11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선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에게 2타 차 공동 2위로 출발한 우즈는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3개로 2언더파를 기록하며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2위 브룩스 켑카·더스틴 존슨·잰더 쇼플리(이상 미국) 등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207만 달러(약 23억5000만원)다.
지난해 디오픈 챔피언조에서 맞붙어 패했던 몰리나리와 동반 라운드를 한 우즈는 전반 9홀까지 몰리나리에게 1타 차로 뒤졌다. 그러나 승부는 11번홀부터 13번홀로 이어지는 ‘아멘 코너’에서 갈렸다. 10번홀(파4)에서 티샷 실수로 보기를 범해 2타 차로 멀어진 우즈는 아멘 코너 두 번째 홀인 파3·12번홀에서 몰리나리가 티샷을 물에 빠뜨리는 실수로 더블보기를 하면서 순식간에 공동 선두가 됐다.
몰리나리의 더블보기 이후 승부는 한때 공동 선두가 5명이나 되는 혼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우즈는 15번홀(파5)에서 마침내 승부를 갈랐다.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킨 뒤 227야드를 남기고 그린에 공을 올려 가볍게 버디를 보태면서 마침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반면 티샷이 페어웨이 우측으로 벗어나 레이업했던 몰리나리는 세 번째 샷마저 나뭇가지에 맞고 물에 빠지면서 더블보기를 범했고, 우승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단독 선두가 된 우즈는 16번홀(파3)에서 1.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2타 차로 앞서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8번홀(파4)에서 티샷 실수로 3타 만에 그린에 올라와 1타를 잃었지만, 우승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마스터스는 4대 메이저 대회 중에서도 우즈에게 의미가 깊은 대회다. 1997년 PGA 투어에 본격 데뷔한 우즈는 그해 마스터스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면서 ‘골프 황제의 시대’를 열었다. 우즈는 당시 첫 우승을 최연소·최소 타·최다 타수 차로 장식하며 새로운 골프 황제의 탄생을 알렸다. 우즈는 이후 2009년까지 12년 동안 71승(메이저 14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09년 터진 불륜 스캔들 이후 우즈는 끝없이 추락했다. 2012년 3승, 2013년 5승을 거두며 다시 부활했지만, 2008 US오픈 이후 메이저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자 ‘우즈의 전성기는 갔다’는 평가가 흘러나왔다. 무릎과 허리에 다시 탈이 났고 끝모를 재활의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나 우즈는 지난해 다시 코스로 돌아왔다. 지난해 말 5년 1개월 만에 투어 챔피언십에서 통산 80승을 거뒀고, 올해 마스터스에서 11년 만에 메이저 우승 시계를 다시 돌리면서 감동을 선사했다.
1975년 12월생으로 43세3개월15일이 된 우즈는 잭 니클라우스(46세2개월23일)에 이어 마스터스에서 역대 두 번째 최고령 우승을 기록했다. 1997·2001·2002·2005년에 이어 다섯 번째 마스터스 정상에 오른 우즈는 잭 니클라우스(6승)에 이어 마스터스 최다승 2위가 됐다.
1997년 앳된 모습으로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아버지 얼 우즈(2006년 작고)의 품에 안겨 훌쩍였던 우즈는 44세의 중년이 돼 12세 아들 찰리를 안고 울컥했다. 우즈는 “22년 전에는 아버지가 곁에서 우승을 지켜봐 주셨는데, 이제는 내가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며 “마지막 퍼트를 하고 나서는 소리 지르고 있더라”고 감격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어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리니 감정이 몰려왔다”고 감격에 겨운 소감을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PGA 투어 통산 81승을 기록한 우즈는 샘 스니드(미국)가 보유한 PGA 투어 최다 우승(82승)에 단 1승을 남겼다. 메이저 15승째를 기록하며, 도저히 다다를 수 없을 것처럼 여겨졌던 니클라우스(18승)의 기록을 향한 추격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