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박건식 PD가 김기덕 감독으로 인해 더 숨어야만 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18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는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가 주최한 '고소남발 영화감독 김기덕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홍태화 사무국장, MBC 'PD수첩' 박건식 PD, 한국여성민우회 강혜란 공동대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배복주 상임대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한유림 전문위원이 참여했다.
'PD수첩' 박건식 PD는 "'PD수첩'은 지난 1년간 여러 방송을 해왔다. 김기덕 감독 편도 있었고, 고(故) 장자연 편, 그리고 최근 세 번째로 김학의·윤중천 편을 방송했다"며 "방송을 제작하면서 느낀 점은 모든 사건이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이다"고 운을 뗐다.
박건식 PD는 "여성들이 거대 권력 앞에서 도구화 되고, 수단화 되면서 인격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물건처럼 취급받고 살았다는 것이다. '상납'이라는 말이 그렇지 않나. 성상납이라는 말로 대변되듯이 지난 한 해 우리나라 여성들이 실질적으로 입고 있는 피해를 절실히 통감했다. 그 중 특히 심한 곳 중 하나가 영화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은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은 철저한 조사와 결과에 따른 퇴출로 영화계에서 영영 활동할 수 없게 만들더라. 하지만 한국은 가해자들이 더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박건식 PD는 "김기덕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감독이다. 해외에서 유명하다. 여성 피해자들을 인터뷰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김기덕 감독이 승승장구 할 수록 나는 더 초라해진다. 후회를 많이 느낀다. 그때 거부하지 않고 요구에 따랐어야 하나?'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또 "김기덕 감독과 함께 일했던,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분들은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가해자들이 잘 나갈 때마다 피해자들은 비참해지는 고통의 시간들 견뎌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의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인데 피해자들이 점점 더 비참해지는건 잘못된 것 아닌가 싶더라. 1차 가해는 물론이거니와 3차, 4차 가해도 반드시 막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2017년 강요·폭행·강제추행 치상' 등 혐의로 고소됐다. 2018년에는 MBC 'PD수첩'을 통해 촬영 현장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및 성폭력 혐의 등이 폭로됐다.
방송 후 김기덕 감독은 'PD수첩'과 방송에서 증언한 여배우 두 명을 상대로 무고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 지난 3월 'PD수첩'과 여배우A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추가 제기했다.
도덕적·윤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외 활동은 버젓이 이어 나가고 있다.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김기덕 감독의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을 개막작으로 초청했고, 18일 개최되는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는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돼 공분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