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는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가 주최한 '고소남발 영화감독 김기덕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홍태화 사무국장, MBC 'PD수첩' 박건식 PD, 한국여성민우회 강혜란 공동대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배복주 상임대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한유림 전문위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고, 김기덕 감독은 역고소로 출구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며 "영화인들의 수치로 남을 김기덕 감독의 오만한 행보를 규탄한다"고 역설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2017년 강요·폭행·강제추행 치상' 등 혐의로 고소됐다. 2018년에는 MBC 'PD수첩'을 통해 촬영 현장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및 성폭력 혐의 등이 폭로됐다.
방송 후 김기덕 감독은 'PD수첩'과 방송에서 증언한 여배우 두 명을 상대로 무고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 지난 3월 'PD수첩'과 여배우A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추가 제기했다.
도덕적·윤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외 활동은 버젓이 이어 나가고 있다.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김기덕 감독의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을 개막작으로 초청했고, 18일 개최되는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는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돼 공분을 샀다.
"김기덕 감독 외 다수 왕성히 활동중…퇴출운동 필요"
홍태화 사무국장은 영화인 신문고에도 고발됐던 김기덕 감독 사건 조사 과정과 결과를 언급하며 "김기덕 감독의 짙은 그림자가 온 천하에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고통받은 어느 누구에게도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김기덕 감독을 옹호한 프로듀서는 현재 제작자와 프로듀서로 왕성히 활동 중이다"고 분노했다.
이어 "자신이 가진 지위를 이용해 위력을 행사하는 자들이 진실한 사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강력대응은 물론, 반성과 사죄조차 하지 않는 몰인식한 자들에 대해서는 영화계 퇴출운동까지 감행할 것이다"고 강조해 향후 김기덕 감독과 측근들의 행보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여성민우회 강혜란 공동대표는 "살아있는 권력인 김기덕 감독의 영향력 앞에서 지나간 사실을 입증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와 운명을 같이 하는 영화인들은 여전히 제작현장에서 벌어진 문제적 행위들을 함구함으로써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김기덕 감독은 단 한 번의 사과나 성찰도 없이 해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수의 미투 가해자들이 관련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의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행보다"며 "피해자와 'PD수첩'에 대한 형사 고소, 지원단체인 민우회에 대한 3억 손해배상 소송, 피해자와 'PD수첩'에 대한 10억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고소와 소송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덕 승승장구→피해자 비참…2·3차 가해 사라져야"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고소당한 'PD수첩' 박건식 PD는 "여성 피해자들을 인터뷰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김기덕 감독이 승승장구 할 수록 나는 더 초라해진다. 후회를 많이 느낀다. 그때 거부하지 않고 요구에 따랐어야 하나?'라는 것이었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박 PD는 "김기덕 감독과 함께 일했던,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분들은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가해자들이 잘 나갈 때마다 피해자들은 비참해지는 고통의 시간들 견뎌야 하는 것이다. 정의가 추구돼야 하는데 이건 너무 잘못된 것 아닌가 싶더라. 1차 가해는 물론이거니와 3차, 4차 가해도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및 영화단체연대회의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김기덕 감독이 영화를 만들며 저지른 인권침해와 김기덕 감독의 피해자들에게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2차 피해에 대해 유감과 우려의 뜻을 표한다. 어떠한 반성과 성찰도 보여주지 않는 김기덕 감독과 그를 옹호하고 그에게 공적 활동의 기회를 주는 사람들 모두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들은 "영화 개봉이 취소되고, 감독으로서 명예가 훼손된 것은 김기덕 감독 본인이 저지른 일의 결과다. 김기덕 감독이 더 이상의 2차 가해를 멈추고, 이제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성하기를 촉구한다. 동료 영화인이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김기덕 감독이 '입증 가능한 법적 책임만큼이나 도의적 책임의 무게를 깊이 깨닫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