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위원 시절 족집게 예언으로 유명했던 이영표(42)가 2016년 3월 한 말이다. 당시만 해도 손흥민은 잉글랜드 토트넘에서 21경기에 출전해 2골에 그쳤다. 하지만 이영표의 예언은 적중했다.
손흥민이 18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전반 10분 만에 2골을 몰아치면서 토트넘을 4강으로 이끌었다. 영국 BBC가 ‘훌륭한 마무리’라고 극찬하는 등 유럽 언론들이 대서특필했다.
올 시즌 도입된 비디오판독(VAR)도 토트넘의 승리에 한몫했다. 후반 28분 페르난도 요렌테(토트넘)의 ‘골반 슛’은 VAR를 통해 득점으로 인정됐다. 반면 후반 추가시간 맨시티 라힘 스털링의 골은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취소됐다. 손흥민은 “난 이런 미친 경기를 본 적이 없다. VAR가 짜증 날 때도 있지만, 오늘은 쌩큐”라고 말했다.
2005년부터 3시즌 간 토트넘에서 활약했던 이영표는 토트넘 후배 손흥민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영표는 “손흥민은 원래 잘하는 선수라 잘한 거다. 그래서 그가 대성할 거라고 봤다”며 “손흥민의 플레이 스타일이 심플하고 직선적인 영국 축구와 잘 맞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2016년부터 3시즌 간 21골-18골-20골을 넣었다. 이영표는 “호날두와 메시가 매 시즌 30골 이상 넣는다지만 유럽 빅5 리그에서 한 시즌에 20골 이상 넣는 선수는 많지 않다. 1~2년은 그렇다 치더라도 3년 연속이다. 더는 손흥민이 월드 클래스냐, 아니냐는 논란거리가 아니다. 손흥민은 이제 확실한 월드 클래스”라고 단언했다.
이영표가 토트넘에서 뛸 당시엔 개러스 베일(현 레알 마드리드)이 그의 백업 멤버였다. 만약 수비수로 나와 손흥민을 적으로 상대했다면 어땠을지 물어봤다. 이영표는 “손흥민은 스피드와 움직임이 정말 좋다. 물러서면 속도를 붙여 치고 들어오고, 가까이 붙으면 돌아서 뛰거나 뒷공간을 노린다. 프리미어리그 풀백과 윙백 입장에서는 아주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어린 시절 강원도 춘천에서 아버지 손웅정 씨와 함께 훈련했다. 하루에 슈팅을 1000개씩 했다. 헛다리 드리블로 유명했던 이영표 역시 ‘노력파’였다. 이영표는 “학창시절 매일 저녁 드리블 연습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줄넘기 2단 뛰기를 매일 1000개씩 했고, 산도 뛰었다. 옳은 방법인지를 떠나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저서 『생각이 내가 된다』에는 ‘A4 용지를 30회 접으면 두께가 1073㎞가 된다. 한 번 더 접으면 2146㎞다. 이게 노력의 복리 법칙’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영표는 “맨시티전 손흥민의 첫 골은 골키퍼가 역동작에 걸려서 얻어낸 골이라 치더라도, 두 번째 골은 각도, 파워, 속도, 정확도 모두 일품이었다. 그 어떤 골키퍼라도 막을 수 없는 엄청난 슈팅이었다”면서 “손흥민은 윙 포워드가 갖춰야 할 덕목인 스피드, 지능, 피니시 능력 등을 두루 갖췄다. 축구하는 게 얼마나 쉽고 즐겁겠는가”라며 웃었다.
이영표는 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서 뛰던 2004~05시즌엔 박지성과 함께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에 출전했다. 손흥민은 한국인으론 역대 세 번째로 챔피언스리그 4강 무대를 밟게 됐다. 상대는 네덜란드의 아약스다.
이영표는 “토트넘이 강하지만, 아약스는 16강에서 레알 마드리드, 8강에서 유벤투스를 꺾고 올라왔다. 그 누구도 두렵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가 에인트호번에서 뛸 때 모나코, 리옹을 꺾고 4강에서 AC밀란을 만났다. 우리는 두렵지 않았다. 토트넘과 아약스의 4강전도 박빙의 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표는 "예전에 토트넘 홍보 담당자로부터 초대를 받았는데 일정이 있어 못 갔다. 기회가 되면 5월 초 새구장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