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7·토트넘)이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2·바르셀로나)와 ‘빅이어(Big ear·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다투는 모습. 더는 상상이 아니다.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대진이 확정됐다. 토트넘(잉글랜드)-아약스(네덜란드), 리버풀(잉글랜드)-바르셀로나(스페인)가 격돌한다. 1차전은 다음 달 1~2일, 2차전은 8~9일 열린다. 만약 토트넘과 바르셀로나가 결승에 진출한다면, 손흥민과 메시의 맞대결이 성사된다. 결승전은 6월 2일 스페인 마드리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다.
토트넘은 18일(한국시각) 열린 8강 원정 2차전에서 맨체스터시티에 3-4로 졌다. 하지만 홈 1차전 1-0 승리를 합쳐 합계 4-4에서, 원정 다득점원칙에 따라 4강에 올랐다.
토트넘은 전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끄는 유벤투스(이탈리아)를 누르고 4강에 오른 아약스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토트넘은 57년 만에, 아약스는 22년 만에 4강에 올랐다.
토트넘과 아약스는 8강 대진에서 나란히 약체로 꼽혔지만, 기적을 연출하며 준결승에 올랐다. 게다가 토트넘에는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아약스 출신이 4명이나 된다. 흥미진진한 매치업이다.
토트넘은 ‘차’와 ‘포’를 뗀 채 홈에서 4강 1차전을 치러야 한다. 에이스 해리 케인은 8강 1차전에서 왼쪽 발목을 다쳐 사실상 시즌을 마쳤다. 설상가상 손흥민이 8강 2차전에서 이번 대회 세 번째 옐로카드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다음 경기를 못 뛴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전방 압박을 추구하지만, 선수 구성상 수비 후 역습을 노릴 수밖에 없다. 1차전은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와 루카스 모우라에게 기대를 걸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약스는 요한 크루이프의 토털사커를 계승했다. 아약스는 크루이프가 활약하던 시절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을 3연패(1971, 72, 73년) 했다. 아약스는 20살 약관의 주장 겸 중앙수비수인 마타이스 데리트(20)가 중심이다. 미드필더 판 데 베크(22)와 프렌키 데 용(22) 등 젊은 선수들이 쉴 새 없이 뛰어다닌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1차전에 무사 시소코가 부상 여파로 결장할 경우 토트넘은 중원 싸움에서 밀린다. 아약스 미드필더진은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를 무력화했다”며 “토트넘으로선 1차전을 잘 버틴 뒤, 손흥민이 돌아오는 2차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리버풀은 이날 열린 8강 원정 2차전에서 포르투(포르투갈)에 4-1로 크게 이겼다. 2승으로 준결승에 오른 리버풀은 바르셀로나와 격돌한다.
리버풀 위르겐 클롭(52·독일) 감독은 요란스럽고 격렬한 소위 ‘헤비메탈 축구’를 구사한다. ‘게겐 프레싱(전방압박)의 창시자’ 클롭 감독은 올 시즌 압박 지점을 중원으로 한 칸 내렸다. 수비 뒷공간이 뚫리는 걸 예방하기 위해서다. 빼앗긴 공을 곧바로 되찾아오는 건 여전하다.
리버풀에는 소위 ‘마-누-라 라인’으로 불리는 사디오 마네-피르미누-모하메드 살라의 공격수 3인방이 있다. 이들은 올 시즌 61골을 합작했다. 특히 이집트 출신 살라는 가공할 득점력의 소유자다.
리버풀에 살라가 있다면, 바르셀로나에는 메시가 있다. 메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8강 2차전에서 2골을 터트렸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의 바르셀로나는 티키타카(탁구 하듯 짧고 빠른 패스 플레이)를 구사하며 공수 밸런스도 좋다.
한준희 위원은 “리버풀의 빠르고 역동적인 공격을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이 어떻게 막아내냐가 관건”이라며 “바르셀로나는 아르투로 비달이 벤치멤버일 만큼 스쿼드가 좋다. 게다가 바르셀로나는 정규리그 선두 싸움도 여유가 있어 로테이션을 돌리며 체력을 비축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