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가 11년 만에 ITTF 집행위원을 배출했다. 주인공은 유승민(37)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37). 유 위원은 지난 22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코린티아호텔에서 열린 ITTF 정기총회에서 임원들의 만장일치로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열린 그랜드 파이널스 기간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위원 후보로 오른 유 위원은 이날 최종 승인을 받고 2024년까지 집행위원으로 활동한다. 임기는 IOC 선수위원과 같다.
ITTF 집행위원은 연맹 주요 사업과 정책에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고위직이다. 중국과 일본 등 탁구 강국들과 함께 한국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자리다. 토마스 베이커트 회장을 비롯해 10명뿐인 ITTF 집행위원 자리에 유 위원이 11번째로 합류한 것. 한국인으로는 한상국 전 ITTF 부회장 이후 약 11년 만의 집행위원이다. 2000년대 한국 남자 탁구의 간판스타였던 유 위원은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단식에서 1988년 유남규 현 여자 대표팀 감독 이후 16년 만에 금메달을 따 냈고, 2007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단식 동메달을 수확했다. 은퇴 이후에는 스포츠 행정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해 현재 IOC 선수위원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총회 이후 유 위원은 "ITTF와 대한탁구협회 사이에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탁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며 책임감을 강조했다. 특히 내년 부산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만큼, 남북 단일팀 구성 등 여러 가지 차원에서 유 위원의 집행위원 합류는 큰 의미를 갖는다. 유 위원은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은 큰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이를 ITTF에 지속적으로 요청했고, 베이커트 회장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한국인 집행위원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집행위원 선출을 통해 세계 탁구 권력의 중심에 한발 다가선 유 위원은 최종 목표로 ITTF 회장을 꿈꾼다. "예전에는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IOC 선수위원과 ITTF 집행위원이 되면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한 유 위원은 별세한 고 조양호 대한탁구협회장이 'ITTF 회장을 꿈꾸라'고 했던 뜻을 이어받아 더 큰 목표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위원은 "무엇이든 주어진 대로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것을 알았다"며 "선수 출신으로 한국 및 세계 탁구를 위해 일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ITTF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한국 남녀 탁구대표팀은 유 위원의 집행위원 선출이라는 낭보와 함께 메달 도전에 나섰다.138개 국가에서 600여 명 선수들이 출전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번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는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둔 '전초전'으로 불린다. 남녀 단식에 각 국가에서 2명까지만 출전하는 올림픽과 달리 5명까지 나설 수 있고, 복식 역시 국가당 2개 조가 출전해 올림픽보다 어렵다고 평가받는 대회다.
한국은 남자부 이상수(삼성생명) 장우진(미래에셋대우) 박강현(삼성생명) 정영식(미래에셋대우) 안재현(삼성생명)과 여자부 서효원(한국마사회) 전지희(포스코에너지) 유은총(미래에셋대우) 최효주(삼성생명) 이시온(삼성생명) 등 10명이 출전한다. 김택수 남자 대표팀 감독은 "세계선수권은 톱 랭커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에 8강에만 들어도 대단한 성과"라면서도 "이상수와 장우진을 앞세워 단식 4강을 노리고 복식도 메달을 기대한다"고 의욕을 보였다. 유남규 여자 대표팀 감독 역시 "내년 부산세계선수권(단체전)과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단식 및 복식에서 메달에 도전해 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