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전설매치는 홈팀 전북이 2-1로 승리했다. K League 제공
품격 있는 라이벌 매치는 리그를 재밌게 한다. 전북 현대와 FC 서울의 '전설 매치'가 증명한 사실을, 이제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슈퍼 매치'가 다시 한 번 이어 가야 할 때다.
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기 직전, 한껏 좋은 날씨 속에 열린 올 시즌 첫 번째 '전설 매치'가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마무리됐다. 지난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19 9라운드 전북과 서울의 맞대결은 홈팀 전북의 2-1 극적 승리로 끝났다. 1-0 전북의 리드 속에서 경기 종료 직전 8분 동안 한 골씩 주고받으며 올 시즌 가장 짜릿한 승부를 펼친 두 팀의 경기는 '전설 매치'라는 이름에 걸맞은 재미를 선보이며 축구팬들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안겼다.
전북과 서울의 맞대결에 '전설 매치'라는 이름이 붙을 때만 해도, 이들의 라이벌 구도는 아직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전북이 최강희 감독 지휘하에서 K리그 1강 체제를 굳히고, 서울이 최용수 감독을 중심으로 우승을 일궈 내면서 선두권에서 격돌하는 두 팀의 맞대결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K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입담을 자랑하는 최강희 감독과 최용수 감독의 라이벌 구도까지 형성되며 재미와 이야깃거리가 풍성히 어우러진 대표적 라이벌 매치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3시즌 맞대결 성적만 보면 8승1무2패로 전북의 압도적 우위지만, 이날 경기는 사뭇 달랐다. 전북은 최강희 감독이 팀을 떠나고 조세 모라이스 감독이 새로 부임했고, 한동안 팀을 떠나 있던 최용수 감독이 서울에 복귀한 상태에서 쓰는 '전설 매치' 2장의 첫 경기였다. 1만5127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가운데, 양 팀 사령탑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승패 그 이상의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많은 팬과 취재진이 찾는 경기는 더 힘이 나고 동기부여가 된다"며 '빅 게임'을 즐겼고, 최용수 감독도 "뒤로 물러나지 않겠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 줄 것"이라며 라이벌전을 치르는 자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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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각오는 그라운드 위 90분의 시간 동안 펼친 명승부로 증명됐다. 팽팽하게 치고받은 두 팀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팬들의 시선을 잡아끌었고, 경기 종료 직전까지 골을 주고받으며 짜릿한 승부를 펼쳤다. 특히 서울은 한 명이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공격적인 플레이로 경기의 재미를 더해 박수를 받았다. 최 감독도 "(패배로) 속은 쓰리지만 박진감 넘친 경기를 보여 준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시즌 첫 '전설 매치'가 거둔 성공은 5월 5일 열리는 '슈퍼 매치'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수원과 서울의 '슈퍼 매치'는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이자 흥행 보증수표다. K리그 우승 경험, 수도권 리딩 클럽으로 갖는 역사, 두 팀 간 라이벌 의식까지 모든 면에서 리그를 이끄는 대표적인 라이벌 매치로 손꼽힌다. 무려 5만5397명이 경기장을 찾은 2007년 4월 8일 경기(서울월드컵경기장)를 비롯해, 역대 관중 수 상위 10경기 중 6경기가 슈퍼 매치일 정도로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아 온 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원과 서울, 두 팀이 리그에서 부진한 면모를 보이면서 '슈퍼 매치'의 가치도 조금씩 흐려졌다. 특히 지난해는 서울이 승강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11위)에 추락했고, 수원도 6위로 상위 스플릿에 턱걸이하는 등 극도의 부진에 빠져 '슈퍼 매치'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성적이 따라 주지 않다 보니 당장 경기력에 영향이 갔다. 적극적인 공격, 치고받는 재미를 주기엔 두 팀 모두 여유가 부족했고, '슈퍼 매치'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김빠진 경기도 나왔다. '슈퍼 매치'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지난해 열린 세 차례 슈퍼 매치가 각각 1만3122명·3만202명·1만3853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시즌 첫 슈퍼매치는 오는 5월 5일 수원에서 열린다. K League 제공 예전 같지 않은 '슈퍼 매치'의 위상을 알기에, 이번 맞대결을 준비하는 두 팀의 각오는 남다르다. 물론 두 팀의 분위기는 천양지차다. 서울은 전북·울산 현대 등과 선두 싸움을 펼치고 있고, 수원은 시즌 초반 무승 부진에 시달리며 지금도 10위에 머물러 있다. 두 팀 모두 승점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리그 최고의 라이벌 매치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결과 그 이상의 내용이 필요하다. '전설 매치'가 그랬듯, 박진감 넘치는 '슈퍼 매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