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4월30일 광주에서 열린 KIA전에서 0-8로 졌다. 이학주의 실책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0-3으로 뒤진 4회 2사 1·2루에서 김선빈의 평범한 내야 땅볼을 잡고 공을 글러브에서 빼는 과정에서 놓쳤다. 유격수 실책으로 기록됐고, 공수 교대가 이뤄져야 할 상황이 2사 만루 위기로 이어졌다. 선발투수 백정현은 초구에 안치홍에게 만루홈런을 얻어맞았다.
아쉬움이 큰 수비였다. 이학주는 뛰어 들어오며 타구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타구 속도나 바운드 또 김선빈의 주력을 감안하면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었다. 정상적으로 타구를 처리한다면 정지 동작에서 공을잡아 송구하는 게 훨씬 안정적인 플레이다.
이학주는 올 시즌 벌써 실책 9개를 기록하고 있다. SK 최정(8개) 롯데 한동희(7개)보다 많은 최다 실책 1위다. 현재 기록대로라면실책 43개를 기록할 페이스다. KBO 역대 개인 한 시즌 최다 실책은 200년 한화 소속이던 이범호가 기록한 30개다. 당시는 133경기 체제였고, 현행 144경기 체제에서 최다 실책은 지난해 오지환(LG)의 24개다.
삼성은 2019년 이학주에게 크게 기대했다. 2008년 계약금 115만 달러에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유망주로, 2010년부터 2년 연속 마이너리그 올스타전 무대를 밟았을 정도다. 부상에 발목이 잡혀 국내 복귀를 선택했고, 삼성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 1라운드(전체 2순위) 권리를 그에게 사용해 영입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붙박이 유격수 김상수와 '중고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이학주를 놓고 고심하다가 이학주를 주전 유격수로 확정했다. 이에 김상수는 2루수로 옮겨 실책이 단 1개일 만큼 금세 적응했지만, 이학주는 주 포지션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에선 5회말 수비시작과 동시에 곧바로 김성훈과 교체돼 더그아웃에 앉아 있어야 했다.
같은 패턴의 아쉬움이계속 발생한다. 지난달 25일 대구 SK전에서도 3-4로 뒤지던연장 10회 2사 1루에서 제이미 로맥의 땅볼을 30일 김선빈의 타구와 마찬가지로 놓쳤다. 이 경기 해설을 맡은 이순철 SBS Sports 해설위원은 "저렇게 해선 실책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굳이 어려운 동작으로 러닝 스로를 하며 멋있는 플레이를 할 때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공을 놓친다"라고 일침했다. 자세가 높다 보니 불안정하고, 공을 놓치거나 빠트리는 경우가 잦다.
이학주도 개막 전 인터뷰에서 "수비를 빨리 하는 건 괜찮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안정적인 모습이다. 투수들이 편하게 수비하는 게 맞고, 그 부분이 보완할 점이다"라고 했다. 3월 7경기에서 실책 5개를 한 그는 4월에는 22경기에서 실책 4개로 줄었다. 스스로도 아쉬움이 남는지 글러브를 바꾸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한다.
그럼에도 유격수는 센터 라인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타율도 0.237로 낮은 편이나 그보다 수비가 더 중요하다. KBO 리그 적응기도 어느 정도 보낸 만큼멋을 빼고 보다안정적이며 내실 있는 수비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