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일) 개봉하는 '걸캅스'는 20여년 경력의 배우 라미란이 생애 처음으로 주연으로 나서는 작품이다. 그간 여러 차례 주연 제안을 받았으나 거듭 거절해온 그는 장기인 코믹 연기에 액션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더해 드디어 영화의 가장 맨 앞자리에 선다.
'걸캅스'는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 걸크러시콤비의 비공식 수사를 그린 영화. 극중 라미란은 전직 전설의 형사였지만 지금은 민원실 퇴출 0순위인 미영 역을 맡았다. 백수나 다름 없는 남편 윤상현을 부양하면서, 시누이 이성경과 함께 살고 있다. 강력반의 '꼴통 형사'로 불리는 이성경과 사사건건 부딪치며 매일 시끄러운 가정사를 쓰고 있는 워킹맘이다.
본래 자신의 캐릭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라미란은 '밀착 연기'를 보여준다. 실제 워킹맘이기도 한 그는 걸죽한 입담에 능청스러운 모습까지 대중이 상상하는 라미란의 매력을 미영이라는 캐릭터에 고스란히 담는다.
여기에 새로운 액션 연기를 첨가했다. "본격적인 액션은 처음"이라는 그는 지극히 현실적인 액션으로 눈길을 끈다. 레슬링 선수 출신으로 경찰이 된 미영은 레슬링 기술을 써서 상대를 제압하기도 하지만 결국 남자와의 일대일 대결에서는 밀리기도 한다. 마치 마동석처럼 원펀치 액션으로 남자를 제압했다면 현실성이 떨어졌을 터. 라미란은 현실과 영화적 판타지 사이에서 잘 조율하며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액션신을 위해) 몸을 많이 던졌다"며 투정 섞인 너스레를 한 라미란은 "내가 탐나는 인재이긴 한가보다. 무술 감독님이 혹독하게 많이 가르쳐 주셨다. '나이가 있으니 살살 다뤄주세요'라고 했는데. 무술 감독님이 엄청 굴리셨다"며 웃었다.
'걸캅스'는 상업영화와 B급 영화 그 사이 감성을 지닌 작품이다. 흔히 예상 가능한 클리셰가 수없이 등장하면서도 재기발랄한 대사와 상황을 곳곳에 배치했다. 이 B급 감성을 살리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이며, 여기에 라미란이 8할을 해냈다.
극장에서 맘 편히 영화 한 편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 또한, 라미란의 성공적인 주연 신고식을 지켜보고픈 이들에겐 티켓값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