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지금의 버닝썬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듯 현실을 똑닮은 디지털 성범죄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 수사극에서 수영은 가장 웃음을 많이 주는 주역들 중 하나다. 어느 범죄물에서나 있을법한 말도 안되는 해킹 실력을 가진 민원실 공무원 장미를 연기하는데, 능청스러운 연기와 재치 넘치는 설정으로 캐릭터의 전형성을 가볍게 비튼다. 소녀시대의 입에서 나오는 차진 욕설과 안경을 올릴 때도 꼭 가운뎃손가락을 사용하는 깨알 디테일은 최수영이 장미라는 인물에 얼마나 잘 녹아들었는지를 보여준다.
연기를 하는 소녀시대 멤버들은 여럿이지만, 최수영은 연기를 하면서도 유독 조심스럽다. 주연 욕심을 내지 않고, 망가짐을 감수해야 하는 '걸캅스' 장미 역을 받아들인 것은 그의 조심스러움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이토록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는 덕분에 배우로서 가능성은 훌륭하게 입증해 나가고 있다. 아직은 열심히 오디션을 보는 그이지만, 5년 혹은 10년 후 멤버들 가운데 최고의 필모그래피를 가진 배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 성격을 역할에 담은 듯한 메소드 연기였다. "유쾌한 부분은 조금 닮은 것 같다. 장미는 4차원 캐릭터인데, 나는 조금 더 차분한 감이 있는 것 같다.(웃음)"
-장미라는 캐릭터의 어떤 점에 반했나. "'언젠가 장미 같은 캐릭터를 만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조금은 하고 있었다. 영화를 하려고 할 때, 나답게 시작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었다. 캐릭터 플레이를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오히려 (장미처럼) 확고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를 만나서 설렜다."
-결과물에 만족하나. "대본으로 봤을 때 장미 캐릭터가 정말 재밌었다. 대사와 상황이 유쾌했다. 여태까지 (내가 연기)해보지 못한 캐릭터인 것 같았다. 잘할 수 있을 거라 믿고 했는데, 스스로 기대했던 장미보다는 덜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다들 좋게 이야기해주셔서 이제 편한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기는 하다."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장미 역할을 제안을 받았다. 제작사 대표님과 4~5년 전에 우연히 한 번 만난 적 있다. 그때 '연기를 하고 싶고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었다. 대표님이 '내가 영화를 하게 되면 너에게 연락할게'라고 하셨다. 빈말인줄 알았는데, 진짜 연락을 주셨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했다. 주신 대본 그리고 주신 캐릭터가 해보고 싶었던 것이라 나로서는 감사한 기회였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교회에 가는 길에 대표님의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 번호가 뜨자마자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어떤 식으로라도 도움을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감히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웃음)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어도 대표님의 마음이 일단 감사했다. 대표님이 '네가 할 만한 역할이 있어'라고 하셨을 때 '스케줄만 되면 꼭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본을 봤는데 첫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첫 대사를 보고 설레는 마음으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를 잘 소화했다. "코미디 연기는 하는 사람이 재미있고 웃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할 때, 연기를 하고 나서 웃기고 재미있어야 하는데, (내 연기는) 잘 모르겠다. 유독 '걸캅스' 현장에서는 긴장을 많이 했다. 전작 '막다른 골목의 추억'에서는 내가 끌어가야 하는 현장이라 의견을 많이 냈는데, 이번에는 감독님이 생각한 톤과 캐릭터가 있어서 그걸 100% 재현하는 것이 제 몫이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부담감이 있었다. '혹시나 감독님이 생각하셨던 장미가 아니면 어떡하나'하는 생각이 있었다. 감독님이 확실한 유머 코드를 갖고 있다.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라미란 언니의 연기를 볼 때다. 쉬는 시간에서야 라미란 언니의 입담을 들으며 웃고 즐길 수 있었다."
-코미디 연기에 소질이 있는 듯하다. "시한부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장르물도 연기했고, 로맨틱 코미디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끝까지 호흡을 가지고 가야하는 코미디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연기를 라미란이라는 배우와 함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다른 작품에서 이런 캐릭터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걸캅스'가 시리즈로 나와서 장미를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