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가구 인테리어 업체 한샘이 '스마트'한 변화를 시작했다. 국내 종합 가구 기업 중 처음으로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을 홈 사물인터넷(IoT)에 녹이고, 유럽 최대 가전사인 일렉트로룩스의 프리미엄 부엌 브랜드와 협업을 펼친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고급화·인공지능화하는 미래 가구 인테리어 업계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한샘 미래 먹거리 '똑똑한 가구·인테리어'
한샘은 지난 14일 신세계아이앤씨와 홈 사물인터넷(IoT) 관련 상품 및 서비스의 공동 개발 등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신세계그룹의 정보기술(IT) 서비스 전문 기업으로 간편 결제 플랫폼 'SSG페이'를 운영한다. 구글 홈·크롬캐스트 등 구글 디바이스 상품의 국내 단독 총판을 담당한다.
의미가 있었다. 이번 MOU로 한샘은 국내 인테리어 가구사 중 유일하게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을 홈 IoT 상품에 접목할 수 있게 됐다. 또 신세계 계열사이자 한샘의 '라이벌' 중 하나인 까사미아를 제치고 관련 분야에 보다 빨리 도달하게 됐다.
한샘은 이미 스마트한 가구에 관심을 쏟아 왔다. 거울처럼 쓸 수 있는 '미러 TV' 부엌 수납장에 들어가는 '빌트인 TV'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음성으로 작동이 가능할 뿐 아니라 침실과 주방 등에서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트를 시청할 수 있다.
이보다 석 달 앞선 1월 한샘은 유럽 최대 가전 회사인 일렉트로룩스의 프리미엄 부엌 브랜드 '키친바흐'와 '유로' 전용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일렉트로룩스는 전 세계 150개국 5만5400명의 직원을 보유한 매출 15조원대의 글로벌 기업이다. 한샘은 기획 단계서부터 디자인과 기능 등 국내시장 특성에 맞는 상품 개발에서 주도권을 갖게 됐다.
협업물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중 일렉트로룩스와 한샘 맞춤형 푸드 쿡탑 연동 시스템을 개발한 레인지후드 2종과 쿡탑 4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레인지후드와 쿡탑을 한 회사 제품으로 사용하면 주방 기기의 상호 연동성도 기대할 수 있다.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쿡탑을 켜면 자동으로 후드가 작동해 화력을 올릴수록 후드도 강하게 가동되는 식이다. '원 패키지'로 이뤄진 한 회사 제품을 사용함으로 디자인과 편의성·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일종의 똑똑한 가구의 연장선상이다.
이 같은 혁신과 고급화·똑똑한 종합 인테리어 기업은 한샘의 방향성과 일치한다. 이영식 한샘 사장은 지난 14일 신세계와 협력 사실을 밝히면서 "공간의 혁신을 선도하는 한샘과 IT 혁신을 선도하는 신세계아이앤씨의 이번 협력이 고객들의 생활 공간과 라이프 스타일의 긍정적 변화와 혁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발 빠른 '리하우스 패키지' 전환…부진 탈출
한샘에 2018년은 잊고 싶은 해였다. 회사 안팎으로 악재가 이어졌다. 사내 성폭행 문제로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었고, 정부의 수도권 아파트 규제책으로 이사 수요가 급감하면서 가구 업체로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한샘은 지난해 매출 1조8479억원, 영업이익 8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 6.37%, 영업이익은 48.17% 감소한 수치다. 한샘은 빠른 변화를 택했다. 이사가 줄어든 데 따라 노후 주택을 새롭게 탈바꿈하는 리모델링 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리하우스 사업'에 몰두했다. 포털 사이트에 한샘을 검색하면 '이젠 리모델링도 한샘'이라는 대표 광고가 올라온다.
성과를 봤다. 증권 업계는 가구·인테리어 업계 중 올해 1분기 실적으로 웃는 곳으로 한샘 정도를 꼽는다. 한샘은 1분기에 매출 4250억원, 영업이익 22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29.2% 늘었다. 내실을 키웠다는 뜻이다.
리하우스 사업이 수익성까지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한샘에 따르면, 리하우스 패키지 판매는 3월 한 달 동안에만 1200세트가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보다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한샘은 올해 7월 시공 전문성 확보를 위해 실내 건축·기계 설비 공사·창호공사업 부문을 분사해 '한샘서비스(가칭)'를 출범할 예정이다. 리하우스 사업이 본격화하면 한샘의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리하우스 대리점은 2020년까지 300개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한샘의 성장 스토리를 이끄는 건 리하우스 패키지 시장이 될 것"이라면서 "국내 아파트의 준공 연한 등을 고려할 때 재건축·리모델링이 저조할수록 홈 퍼니싱은 오히려 성장하는 구조다. 한샘의 매출은 리하우스 부문에서 연 20% 이상 꾸준한 증가가 지속돼 주 성장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부동산전문가로 꼽히는 채 연구원은 "최근 주택 시장에 거래가 둔화된 것이 이사 등에는 부정적”이라면서도 “재건축 시장 둔화로 노후 주택의 리폼 요구가 상승할 수밖에 없어서 업황상으로도 유리한 국면"이라고도 내다봤다.
한샘 관계자는 "리하우스 패키지로 수익성 면에서 영향받았다. 집이 투자의 개념에서 휴식의 공간으로 변화하면서 한샘도 이 부분에 집중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한샘의 방향성은 스마트하지만 머무는 공간인 집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