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은 예능일 뿐'이라는 말도 옛말이 됐다. 예능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tvN '대탈출2'는 지난 19일 방송을 마치며 사과문을 내보냈다. "해당 방송분에서 일부 연기 설정에 있어 정신질환과 정신병원을 예능적 요소로 다룸에 따라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분들과 그 가족분들 그리고 종사자분들께 사려 깊지 못했던 점을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12일 '조마테오 정신병원' 편 방송 이후 일각에서 정신병과 정신병원을 예능적으로 희화화했다는 지적을 피드백한 것이다. '조마테오 정신병원' 편에서 출연진은 수상한 정신병원을 탈출하는 미션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보조출연자들이 해리성 정체감 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연기했다. 또 정신병원에 살인자가 있고, 원장이 이상한 연구를 한다는 스토리가 더해지며 공포심을 유발했다. 아무리 허구라 하더라도 이미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팽배한 정신질환에 대해 편견을 예능적으로 이용하고 이를 강화하는 데 일조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19일 1000회를 맞이한 KBS 2TV '개그콘서트'도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다. 코미디언들은 공개 코미디, 특히 지상파에서 할 수 있는 소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과거에는 '사랑의 가족'이나 옥동자(정종철 캐릭터)처럼 외모 자체를 웃음 요소로 사용하는 개그가 통했지만 점차 외모 비하라는 지적 속에 사라지고 있다. 폭력 요소가 있는 가학성 개그도 마찬가지다. 이런 아이디어는 기획 단계부터 통과조차 되지 않는다.
예능 PD들도 고민이 깊다. 한 예능 PD는 "과거보다 예능을 제작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져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팀원들과 여러 번 검열을 해보고 그러다 보면 처음 생각한 아이디어에서 많은 것을 삭제하게 된다"면서도 "시청자들의 인권 감수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방송 역시 변화를 받아들이고 발맞춰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방송관계자는 "정당한 지적은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과도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전에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은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다. 대중의 생각은 시대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이 인권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능은 호감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지금의 예능 제작자들은 그런 지점을 신경 쓰고 조심해야 한다. 옛날 방식대로 배웠는데 달라진 현실 속에서 새로운 웃음 코드를 찾아내야 하기에 어려운 위치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피할 수도 없다. 달라진 인권 감수성과 그에 따른 기준을 분명히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