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근 위맑음한의원 원장이 소화 장애가 있는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IS포토 "소화가 안 돼서 찾아오는 환자들 중 정신질환으로 약을 먹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화기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김영근 위맑음한의원 원장이 25년 넘게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안 사실이다. 소화와 정신적 문제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얘기다.
김 원장은 "소화가 안 되는 환자는 심장과 간이 약해져 있는데, 이것이 심기를 흔들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여러 정신적 문제로 표출된다"며 "심장을 중심으로 다른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자생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위맑음한의원에서 김 원장을 만났다.
- 현대인에게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경우 주로 양약으로 치료하는데, 한방으로도 치료한다고 들었다.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잘 낫지 않아 한의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 실제 한의학적 치료로 효과를 보기도 한다."
- 정신질환자가 한방 치료를 받는다는 게 선뜻 와닿지 않는다. "처음부터 정신질환 치료를 받기 위해 한의원을 찾는 것은 아니다. 소화가 안 돼 찾아오는 환자들과 상담하다가 정신질환 때문에 관련 약을 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소화가 안 되는 것과 정신질환과 연관성이 있나.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 대부분 심장과 간이 약해져 있다. 인체는 육체 50%와 정신 50%로 이뤄진다. 육체와 정신은 신경조직으로 서로 소통하는데, 육체는 내 마음과 정신을 떠받친다. 육체가 흔들리면 내 마음과 정신이 내 성격이나 성향과 상관없이 예민해지고 약해져 심기가 흔들린다. 이럴 경우 개개인의 특성, 살아온 환경, 즐겨 먹은 음식 등에 따라 우울증·공황장애·조현병·정신 분열 같은 신경정신과적 양상이 표출된다. 그래서 한의학적 방법으로 사람의 육체가 흔들리지 않게 도와주면 정신질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환자들을 치료해 효과를 봤다."
-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되나. "소화기관은 모든 기관과 조직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식도·위장·소장·대장 등이 역할을 나눠 일한다. 목구멍에서 항문까지 하나의 관처럼 이어지는 소화기관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내는 연동·연하 운동을 제대로 해야 에너지를 잘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연동·연하 운동이 제대로 안 되면 식도·위장 등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소화기관 위아래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또 이것이 오래 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기관과 조직이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만들지 못해 각 기관과 조직의 능력이 떨어진다. 특히 근육으로 이뤄진 심장이 약해지고 결국 심기가 흔들린다."
- 그럼 소화기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 것인가. "아니다. 개개인의 심기가 흔들리는 것은 심기를 관리하는 심장의 기운이 약한 게 주원인이다. 심장 중심으로 풀어 가는 방법을 써야 한다. 다만 모든 기관이 유기체적으로 연결돼 있는 만큼 심장·간·소화기관 등을 동시에 치료해 이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자생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 한방의 정신질환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현대 의학적 치료 방법은 거의 대증요법이다. 몸에서 발생한 증상을 약으로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증요법을 했을 때 해결되고 다시 건강을 되찾으면 아무 상관이 없지만, 대부분 잘 안 되고 만성화된다. 그래서 근본적 해결을 위해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치료를 통해 사람의 육체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면 정신도 강해지는 법이다. 현대 의학적으로 얘기하는 정신과적 증상은 줄어들다가 사라지게 된다. 오직 육체의 건강을 통해 정신을 안정시킬 수 있다." - 치료는 어떻게 하나. "한약과 뜸·침으로 한다. 침은 손과 발 위주로 하고, 막힌 것을 뚫어 주는 역할을 한다. 뜸은 침 효과를 배가시켜 준다.
한약은 내장 기관의 기운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모든 기관이 제 역할을 해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유기적 체계를 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잡히면 몸 스스로 자생력을 높여 몸 안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게 된다."
- 얼마나 치료해야 하나. "최소 6개월에서 9개월 치료한다. 치료가 잘되면 먹고 배설하는 것이 편해지고, 일상생활에서 의욕이 생긴다. 만성 소화기 질환으로 20년간 고생한 40대 여성은 일 끝나고 집에 오면 늘 눕고 싶고 쉬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6개월가량 치료받고 나서는 일이 끝나면 뭘 할까 고민할 정도로 의욕이 넘치고 인생이 즐거워졌다고 했다." - 과거 만성 소화기 질환을 직접 겪은 것으로 안다. "원래 대식가였는데 20대 후반에 이빨 교정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교정하면서 생니 4개를 뽑으면서 먹는 게 불편해져 밀가루 음식을 주로 먹게 됐다. 6개월 지나면서 소화가 안 되기 시작해 위가 멈추는 것을 느꼈다. 6개월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고, 그사이 체중이 27kg이나 빠졌다. 병원에서 현대 의학적 검사를 다 받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나중에는 정신과에서 안정제 처방을 받았는데, 약을 먹으면 일주일간 비몽사몽이었다. 선후배 한의원에서도 치료받았는데 아무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직접 내 몸에 침도 놓고 뜸도 뜨는 등 스스로 치료했다. 어느 날 뜸을 뜨는데 배가 요동치면서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소화기를 전문적으로 보는 진료를 하기 시작했다."
- 만성 소화기 질환은 왜 생기나. "몸에 문제가 생기면 약을 쓴다. 내 몸은 자생력을 갖고 있는데, 약이 대신하면 자생력을 잃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내 일을 대신하는 약을 몰아내게 되고 내성이 생긴다. 소화제의 경우 한 알로 안 되면 두 알, 세 알을 먹게 되는데, 나중에는 아예 안 듣는다. 결국 소화가 안 되는 것이 만성화되고 몸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 만성 소화기 질환에 안 걸리려면. "일상생활에서 과식을 경계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특히 과식이 가장 나쁘다. 음식은 식욕이 당기는 것을 먹는 것이 최고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은. "소화기 질환뿐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만성 질환은 우리 육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면역력·저항력·자정력·복원력을 포괄하는 자생력을 갖고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여러 조직, 뼈·근육·신경·혈관·피부 등에서 죽을 때까지 발달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 딱 하나 있다. 바로 근육 조직이다. 자생력과 근육 조직이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 그래서 한의학적 치료는 자생력과 근육을 갖고 있는 인체를 도와줘 그 사람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건강해져 인생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