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최근에 경험한 바에 기초해 미래를 예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 본인의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 불안하고 우울하다면 비관론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물론 이런 감정과 생각에 휩싸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차분히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져야 한다. 그런 “비관적 전망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다시, 마음의 중심을 잡고, 현재 상황과 내 처지를 고려할 때 적절한 행동이 무엇인지를 빠르게 판단해 행동하는 것이 내가 나를 돕는 길이다. 그런 점에서, ‘학종’에 지원하긴 힘들지만 ‘인서울’을 원하고, ‘학종’이나 정시로 갈 수 있는 대학보다 더 ‘상향’하기를 원한다면, 논술 대비에 뛰어드는 것이 ‘적절한 행동’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행동을 선택할지 말지 주저하는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은 걱정들과 관련이 있을 듯하다.
Q : “경쟁률이 매우 높던데,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JK : 논술 전형의 경쟁률이 매우 높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작년 12개 대학의 경영학과 지원자 경쟁률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연세대 78.43:1, 서강대 72.61:1, 성균관대 64.67:1, 한양대 82.86:1, 이화여대 24.23:1, 중앙대 38.37:1, 경희대 76.7:1, 한국외대 49.96:1, 건국대 34.44:1, 동국대 34.7:1, 홍익대 21.28:1, 숙명여대 26.93:1. 이런 높은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어설프게 공부해서는 합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무모한 도전’이 아닐 수 있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수능최저학력기준의 영향력 때문이다. 매해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특히, 작년에는 더더욱 그랬다) 실질경쟁률은 지원자 경쟁률의 약 1/3 수준으로 떨어지곤 한다. 따라서 자신이 이 기준을 충족시킨다면 충분히 해 볼 만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둘째,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교·학과를 선택해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경영학과 경쟁률만 놓고 봐도 학교별로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다른 학과들의 지원자 경쟁률을 눈여겨보자. ☞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11.56:1/사학과 13.85:1],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29.08:1/유아교육과 33.43:1], 한국외대 [EICC학과 30.14:1/아랍어과 30.62:1/인도어과 27.3:1], 건국대 [부동산학과 25.63:1/경제학과 27.81:1], 동국대 [일본학과 27.4:1/ 회계학과 27.26:1], 홍익대 [영어교육과 15:1/법학부 17.2:1],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16.46:1/교육학부 18.45:1].
이런 수치들은, 이 학과들에 지원하는 경우에는 논술 대비에 뛰어드는 것이 비합리적 선택이 아님을 의미한다. 셋째, ‘벼락치기’를 통해 시험에 임하는 상당수 학생들을 ‘허수’로 여겨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해서 합격하는 이들도 일부 있다. 그러나 논술은 매우 어려운 시험이므로(그 이유는 논의의 초점상 생략) 지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지 않는 한, 이런 사례의 주인공이 되기는 어렵다. 달리 말해, 수개월간 꾸준히 열정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투자할 수만 있다면 논술로 대학을 가 보려는 시도가 ‘무모한 도전’이 아니다.
Q : “내신이 좋지 않은데, 너무 불리한 거 아닐까?” JK :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다’이다. 논술전형에서 교과성적은 명목상 20%~40%의 반영비율을 차지하지만(올해 연세대와 건국대는 논술 반영비율이 100%이므로 예외!) 등급 간 점수 격차가 미미하거나 그다지 크지 않은 대학들이 많다.
각 대학들의 2020학년도 수시 모집요강에서 밝힌 석차등급별 환산점수를 보면 그 점을 알 수 있는데, 일부 대학들의 1등급과 5등급의 점수 차이에만 주목해 보자. ☞ 성균관대 [1등급: 30점 / 5등급: 29.5점], 중앙대 [1등급: 10점 / 5등급: 9.84점], 한국외대[1등급: 300점 / 5등급: 290점], 동국대 [1등급: 10점 / 5등급: 9.6점]. 다만, 홍익대, 이화여대, 경희대의 경우는 1등급과 5등급의 점수 격차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 홍익대 [1등급: 100점 / 5등급: 90점], 이화여대 [1등급: 10점 / 5등급: 8.2점], 경희대 [1등급: 210점 / 5등급: 190점].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내신 등급이 매우 심각하지만 않다면 그리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거의 모든 입시전문가들이 강조하듯이 논술전형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변수는 수능(수능최저학력기준)과 논술(논술점수)인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학교들 외에 다른 학교들의 경우 내신 등급이 변수가 될 수 있는 정도가 상이하므로, 이 측면을 아예 무시한 채 지원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핸디캡을 갖게 되는지를 잘 따져보면서 지원하는 것이 현명하다.
Q : “논술 공부를 해 본 적이 없는데, 지금부터 한다고 합격할 수 있을까?”
JK : 시험이 코앞에 닥쳤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답하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제대로 공부한다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고 답하겠다. 그럼에도 몇 개월 전부터 시작한 학생들보다 불리한 게 사실이므로, 최대한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음과 같은 방법들에 따라 공부해 나가야 한다.
☞ ⓵ 직접 최대한 많이 써 보고 첨삭을 받으면서 약점을 극복해 나가기, ⓶ 첨삭을 받은 후 ‘합격답안’을 쓸 때까지 고쳐쓰기(다시쓰기), ⓷ 기출문제들을 중심으로 공부하기 ⓸ 유형별 해법·접근법 익히기, ⓹ 대학별로 요구하는 답안 작성법 익히기, ⓺ 학교 측 예시답안 및 우수답안을 분석·모방·변형해 보기, ⓻ 항상 실전처럼 주어진 시간 안에 답안 작성하기, ⑧ 각자의 답안을 비교·분석해 보면서 장점 배우기 등. (이런 방법들이 왜 효과적인지는 여러 논술강사들이 설득력 있게 설명한 바 있으므로 생략하겠다.)
합격자들을 많이 배출하는 강사들은 이 방법들을 사용하는 데 충실하다. 이런 방법들에 따라 공부했는데도 원하는 성과를 이루지 못한다면, 이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 예컨대 높은 경쟁률, 당일의 컨디션, 생소한 주제가 출제된 경우 등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변수들이 있다고 해도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보면, 제대로 연습한 학생들은 여러 곳에서 시험을 볼 경우 최소한 한 대학에서는 일을 내고(합격) 만다. 합격하는 학생들은 위 방법들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주목할 만한 ‘공부 습관’들이 있었다.
첫째, 깊이 ‘반추’(돌이켜보기)하는 습관. 경험에서 배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한 가지 차이는 반추하는 습관의 유무다.[헨리 뢰디거 외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와이즈베리, 2014) pp. 93~94] 합격자들은 모두, ‘어떤 문제를 풀었고, 그때 내가 어떤 점을 잘 파악했고 어떤 점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어떤 점을 잘 썼고 어떤 점을 잘 못 썼는지, 다음번에는 그렇게 배운 바를 토대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기억 속에서 떠올리는 습관이 있었다.
둘째, 문제가 잘 안 풀리더라도 쉽게 답을 확인하려 들지 않는 습관. 한 심리학자는 더욱 탄탄한 학습으로 이어지는 단기적 장애물을 ‘바람직한 어려움’이라고 부른 바 있다. 합격하는 학생들은 이런 어려움에 직면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매우 애쓰는 성향이 있었다. 이들이 실력이 느는 것은 당연하다. 노력을 많이 들여 배운 지식일수록 더 깊이 남고 오래 가기 때문이다.
반면, “쉽게 배운 지식은 모래 위에 쓴 글씨처럼 오늘 배우면 내일 사라진다.”[위 책, p. 12] 따라서 이런 두 가지 핵심적인 공부 습관을 견지한 채, 앞서 언급한 여덟 가지 논술 공부 방법에 따라 대비해 간다면,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해서 합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