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이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와 비슷한 감성이 묻어나는 모습으로 1년 여만에 돌아왔다. 무엇보다 일명 '안판석 사단'으로 일컬어지는 배우들의 향연이 몰입을 방해했다.
22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극 '봄밤'은 한지민(이정인), 정해인(유지호)이 첫 방송부터 돌직구를 날리며 서로에게 끌림을 느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이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한지민은 술 깨는 약을 사러 갔다가 약사 정해인과 첫 만남을 가졌다. 지갑을 안 가져오는 바람에 묘하게 꼬인 사이. 택시비까지 정해인이 챙겨주면서 두 사람 사이엔 청산해야 할 '빚'이 생겼다. 빚을 빌미로 서로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고, 이름을 알게 되고 그렇게 설렘을 느끼기 시작했다.
설렘을 느꼈다고 해서 무작정 다가갈 순 없었다. 정해인은 아들이 있는 싱글 대디였고, 한지민에겐 오래된 연인 김준한(권기석)이 있었다. 하지만 진짜 설렘을 느끼긴 이번이 처음. 서로가 남자친구가 있다, 아이가 있다는 돌직구 고백으로 현실적인 거리를 뒀다. 그러나 선을 긋는다고 해서 마음이 가는 걸 막을 순 없었다. 두 사람은 농구장에서 다시금 마주하게 됐다.
분명히 '봄밤'이 첫 방송에서 보여준 스토리 라인은 전반적으로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와 다르다. 안판석 감독과 김은 작가, 이남연 음악감독이 재회해 전작과 비슷한 감성 코드가 있으나 조금은 다른 색채를 띤 멜로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안판석 사단' 배우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몰입도를 방해했다.
우선 '예쁜누나'에서 주인공 손예진의 부모 역할을 소화했던 길해연과 오만석이 '봄밤'에는 각각 한지민의 엄마와 정해인의 아빠로 분했다. '예쁜누나' 정해인의 아버지였던 김창완은 '봄밤'에선 김준한의 아버지로, 손예진의 직장 동료였던 주민경은 한지민의 동생 이재인으로 등장했다. 앞서 손예진의 상사였던 서정연은 정해인의 동료 약사로 나왔다. 주요 출연진이 대부분 겹치다 보니 방송 이후 일부 시청자들은 "'봄밤'이 '예쁜누나2'였냐?"는 반응을 보였다.
안판석 감독은 '봄밤' 제작발표회에서 '예쁜누나'와의 차별점을 생각해서 만들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지만 엄연히 다름을 강조했다. 그러나 남자 주인공이 그대로인 데다가 장르가 크게 바뀌지 않은 상황 속 안판석 사단의 연이은 투입은 아쉬운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