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설립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박세리·박인비·신지애·박성현 같은 세계적인 골프선수들을 배출해 내며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스타플레이어의 활약은 여자 골프 인기에 불을 붙였고, 미국·일본과 더불어 KLPGA는 세계 3대 투어로 성장했다.
그러나 골프의 인기는 조금씩 식어 가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서천범 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장 내장객은 3584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으며, 2011년 이후 8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신규 골프 인구 유입이 더디고, 유소년 골프 인구는 감소하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여자 골프의 인기도 언제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골프 인구를 늘리고, 유소년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KLPGA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일간스포츠는 심층 기획 마지막으로 KLPGA의 사회공헌활동과 유소년 저변 확대 정책을 짚어 보고 방향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KLPGA는 지난해 ‘함께하는 사회공헌활동(CSR) 전개’를 5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발표하면서, CSR 전개를 위해 △ 사회공헌활동 정착 및 확대 △ 유소년 골프 저변 확대를 핵심 사업으로 꼽았다.
KLPGA가 유소년 골프 저변 확대를 핵심 사업으로 꼽은 이유는 유소년 골프 인구가 점점 감소하는 데 따른 것이다. 25일부터 28일까지 전북 익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전에는 17개 시도 중 초등학생·중학생 선수가 없어 출전자를 내지 못하는 시도가 3곳이나 됐다. 이 중 충북과 울산은 초등학교 남녀 선수를 한 명도 내보내지 못했다. 세종시는 남녀 중학생 선수가 부족해 출전 정원 3명을 채우지 못하고 2명씩만 내보냈다.
KLPGA는 10년 넘게 스타플레이어 출현이 이어지면서 ‘마르지 않는 샘’으로 비유됐다. 그러나 유소년 유망주가 사라진다면 KLPGA 미래에도 암울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LPGA가 인기 고공 행진을 한 것은 박세리 이후 박인비·유소연·최나연·김효주·박성현 같은 실력 있는 선수들이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5년 정도면 유망주가 크게 줄어들어 여자 골프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 유소년 선수를 키우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내다봤다.
KLPGA가 전개하는 유소년 골프 저변 확대 사업은 △ 유소년 골프 프로그램 지원 △ 아마추어 골프 대회 개최 등 크게 두 가지다. 유소년 골프 프로그램 지원으로는 골프 환경 조성 사업 학교에 방문해 투어 선수들이 재능 기부를 펼치는 ‘KLPGA With You’가 있다. 골프 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선수 지원을 위해 실내 골프연습장을 지어 주고 용품을 지원하는 ‘KLPGA To You’도 진행한다. 이 밖에 전국을 총 4개 권역(서울&경기/강원&경기/충청&전라/경상&제주)으로 나눠 진행하는 1박 2일짜리 ‘KLPGA Kidz 골프 캠프’와 엘리트 유소년 멘토링, KLPGA 정회원과 준회원·티칭 프로가 유망주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1 대 1 레슨 프로그램이 있다.
아마추어 골프 대회는 ‘KLPGA 회장배 여자아마골프선수권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이 대회는 아마추어 여자 골프선수 육성을 목적으로 2010년 창설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배희경·이소영 등을 발굴했다.
KLPGA의 유소년 골프 저변 확대 프로그램을 보면 대회 개최·레슨·실내 연습장 건설·용품 지원 등 기본적인 모양새는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발성 이벤트 행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유소년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적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키워 내기 위해 거시적 관점에서 일찍부터 유소년 프로그램에 공들여 온 대한축구협회(KFA)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KFA는 축구 유망주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2014년부터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은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 축구 선진국의 유소년 시스템을 한국 실정에 맞게 만든 것이다. 축구 기술 습득이 가장 빠른 골든 에이지(12~16세)를 중심으로 프리 골든 에이지(6~11세)와 포스트 골든 에이지(17~19세)까지 연령별로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유소년 선수들의 기본기를 키워 주고, 더 나아가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둔다.
2014년 이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연간 2100명(지역 센터) 600명(광역 센터) 300명(영재 센터)의 유망주들이 '골든 에이지'를 통해 성장했다. 실제로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을 통해 뛰어난 기본기를 갖춘 우수한 유망주들이 배출되고 있다. 현재 각급 연령별 대표팀에서 주축으로 활약하는 선수들 중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을 거치지 않은 선수가 드물 정도다.
21개 지역 센터, 5개 광역 센터, 1개 영재 센터로 이어지는 3단계 피라미드 구조로 선수를 관리하며, 지역 센터는 시도 축구협회가 담당한다. 광역 센터는 KFA와 시도 축구협회가 함께 운영하며, 영재 센터는 KFA가 전담한다. 참가 선수 선발은 소속팀 지도자의 추천, 전국 대회 및 주말 리그 참관, 선수 자료(DB)를 종합해 KFA 전임 지도자가 담당하기 때문에 접할 기회도 크다.
일선에서 활동 중인 골프 지도자들 역시 거시적인 골프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아울러 골프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할 때 골프 저변을 확대하려면 골프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주는 데 해결점이 있다고 본다. 유소년을 지도하는 B프로는 “유소년 골프선수가 점점 줄어들어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KLPGA의 유소년 저변 확대의 초점은 이미 기존에 골프를 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만 맞춰 있다. 골프를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반인들은 KLPGA의 유소년 저변 확대 프로그램을 알 수 없고, 접할 기회도 없다”며 “정말 골프의 저변을 넓히고 싶다면, 골프를 모르는 사람들이 골프를 접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투어 대회를 치르는 데 급급해하면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 대회가 열리는 인근 지역의 초등학생들을 대회장에 초대해 그들이 페어웨이를 밟고 자연스럽게 골프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양성은 각 경기 단체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 중 하나다. 프로 스포츠의 기반이 되는 선수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것은 각 단체가 가장 우선시해야할 과제 중 하나이며, 이를 위해 각 종목 협회들은 유소년 관련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스타 선수들의 연이은 등장과 여자 골프의 비약적인 성장 등으로 인해 대중적인 골프 인기는 크게 늘었다. 그러나 표에서 볼 수 있듯 골프의 경우, 아마추어 시장은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초중고 학생 선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으며 단순히 학령 인구 감소를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아마추어 선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유망주를 발굴할 토양이 좁아진다는 뜻이 된다. 이는 곧 프로시장의 축소로 연결될 수 있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골프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로 젊은 층의 유입 감소가 손꼽히는 만큼, 유소년을 키우고 아마추어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골프계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골프 시장이 확대된 것에 비해 선수 양성 시장의 규모는 평가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선수 양성 시장의 크기를 논할 때 기준이 '레슨비'로 책정되는데, 레슨비 시장과 시설사용료 시장 간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레슨 과정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KPGA·KLPGA의 상급 투어 선수들을 중심으로 시장 규모를 추정하게 된다. 표에 나타나는 KPGA와 KLPGA의 선수 양성 시장 규모가 동일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른바 '사교육', 즉 음성적인 시장 규모는 매우 크다. 아마추어 골프에서 선수 양성 시장 규모는 2016년에 비해 감소했다고 해도 939억1300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런 대규모의 사적 비용 대부분을 선수들과 선수들의 부모가 충당한다는 점이다. 실제로도 흔히 말하는 '골프 대디' '골프 맘'들의 희생을 통해 우수한 선수가 양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선수 부모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방식의 음성적 선수 양성이 주가 된다면 투어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협회 주도하에 체계적인 선수 지원 시스템을 만들고, '사교육' 없이 선수를 양성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