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의 국가대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채 금의환향했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27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취재진과 팬들 200여명이 1시간 전부터 두 사람을 기다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봉 감독과 송강호. 환호와 함께 나란히 취재진 앞에 선 두 사람은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나누며 금의환향의 기쁨을 맛봤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취재진과 맞닥뜨린 봉 감독과 송강호. 봉 감독은 우선 수상 소감을 묻자 "저도 수상이 처음이지만 한국 영화 자체로도 처음이기 때문에 특히 기쁜일인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송강호는 "여러분들의 성원과 사랑이 오늘의 결과를 만든 것 같다. 끊임없이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봉준호 감독님이 지난 20년동안 노력했던 결과물이 정점을 찍은 것 같아서 자긍심이 크고 보람도 느끼고 자랑스럽다. 제가 대표로 남아있지만 저 뿐만 아니라 정말 훌륭한 배욷르이 많이 나온 작품이고 그 배우들의 연기 또한 여러분들이 사랑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며칠 있으면 개봉하니까 많이 성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수상은 한국영화 100주년에 전해진 낭보라 더욱 뜻깊다. 송강호는 "한국 영화에 대한 관객 여러분들의 열광같은 것들이 오늘의 한국 영화를 만든거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영화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고, 봉 감독은 "폐막식 파티때 심사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한국 영화 100주년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기뻐하시더라. 칸에서 한국 영화 100주년에 선물을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수상 직후 전 세계 취재진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송강호에게 트로피를 바치는 퍼포먼스를 펼쳐 화제를 모았다. 이에 송강호는 "봉 감독님께서 퍼포먼스를 해주셔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고, 봉 감독은 "다른 감독 배우들도 많이 하는 것이다. 저희는 가벼운 퍼포먼스였다"고 이야기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국 개봉을 불과 3일 앞둔 '기생충'의 두 주역은 한국 관객들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다. 봉 감독은 "(송)강호 선배님뿐만 아니라 멋진 배우들이 있다. 배우들이 뽑아내는 희노애락이 있다. 배우들의 화려한 연기를 주목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국가대표로 한국의 위상을 알린 두 사람이지만 집으로 돌아간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매우 평범했다. "한국에 오면 하고 싶은 것"을 묻자 두 사람 모두 "집에 가고 싶다"고 답했다. 봉 감독은 "쭌이라고 제가 키우는 강아지가 보고 싶고, 충무김밥이 먹고 싶다"고 말했고, 송강호는 "8일간 나갔다 온 것이, 거리도 멀고 많이 지쳤다"고 밝혔다.
'기생충'은 25일 오후 7시 1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 뤼미에르 대극장(GRAND THEATRE LUMIERE)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72th Cannes Film Festival)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기생충'이란 영화는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을 만들고 싶었다. 이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홍경표 촬영 감독을 비롯해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드린다. 그 많은 예술가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맘껏 지원해준 CJ엔터테인먼트에도 감사드린다.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단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다"며 공을 다른 이들에게 돌렸다. 이어 "나는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 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석었던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만지게 될 날이 올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환히 웃었다.
심사위원 9인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결과라 더욱 뜻깊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시아 영화 사상 최초의 일이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기생충'을 보는 것은) 무척 유니크한 경험이었다. 우리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다른 여러 개의 장르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그리고 한국을 담은 영화지만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도 긴급하고 우리 모두의 삶에 연관이 있는 그 무엇을, 효율적인 방식으로 재미있고 웃기게 이야기한다"며 만장일치 황금종려상의 이유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축전을 통해 "봉준호 감독님의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한다. 수상작 '기생충'이 지난 1년 제작된 세계의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매우 영예로운 일이다'고 인사했다. 이어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감독부터 배우와 스태프들 각본과 제작 모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는 잘 알고 있다. '기생충'에 쏟은 많은 분들의 열정이 우리 영화에 대한 큰 자부심을 만들어냈다. 국민들을 대표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무엇보다 열두살 시절부터 꾸어온 꿈을 차곡차곡 쌓아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선 '봉준호'라는 이름이 자랑스럽다'고 축하했다.
'기생충' 팀은 오는 28일부터 본격적인 국내 일정에 돌입한다. 언론배급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29일과 30일에는 봉준호 감독과 출연진의 매체 인터뷰가 진행된다. 개봉 첫 주말인 6월 1일과 2일에는 서울 지역에서 무대인사를 통해 직접 팬들과 만난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이 출연하는 작품이다. 오는 30일 국내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