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첫 주 성적표를 받았다. 안판석 감독과 김은 작가, 배우 정해인이 다시금 의기투합해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 영광을 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기에 넘치는 관심 속에 시작했다. 제작발표회부터 질문이 끊이지 않아 1시간 40분 넘게 진행됐다. 그만큼 취재진의 관심도 뜨거웠다. 시청률은 수목극 2위에 랭크됐다. 같은 날 첫 방송된 KBS 2TV '단, 하나의 사랑'에 밀렸다.
지난 22일 MBC 수목극 '봄밤'이 베일을 벗었다. 첫 방송에서 보여 준 스토리라인은 전반적으로 '예쁜 누나'와 달랐다. 비슷한 감성 코드가 있으나 조금은 다른 색채를 띤 멜로였다. 그러나 '안판석 사단' 배우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몰입도를 방해했다. '예쁜 누나'에서 주인공 손예진의 부모 역할을 소화했던 길해연과 오만석이 '봄밤'에는 각각 한지민의 엄마와 정해인의 아빠로 분했다. '예쁜 누나'에서 정해인의 아버지였던 김창완은 '봄밤'에선 김준한의 아버지로, 손예진의 직장 동료였던 주민경은 한지민의 동생 이재인으로 등장했다. 앞서 손예진의 상사였던 서정연은 정해인의 동료 약사로 나왔다. 주요 출연진이 대부분 겹치다 보니 방송 이후 일부 시청자들은 "'봄밤'이 '예쁜누나2'였냐?"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안판석 감독의 배우 기용은 방송가에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연극배우 출신들을 섭외해 호흡을 맞춘다. 한 번 함께한 배우는 차기작에서도 함께한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그것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그간 작품들은 뚜렷하게 달랐다. 전작과 비슷한 톤의 작품이 아니었기에 배우가 같다고 해서 그 배우들이 전작과 같은 느낌을 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예쁜 누나'와 '봄밤'은 비슷한 톤을 가진 리얼 멜로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작품에 비해 안판석 사단의 잦은 기용은 아쉬운 지점으로 꼽히고 있다. 앞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본격화 되면서 안판석 사단 배우들이 '봄밤'으로 시청자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오래된 남자 친구 김준한(권기석)과 교제 중인 상황에서 정해인(유지호)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한지민(이정인)이 지금은 "친구 사이"라고 강조하며 애써 자신의 감정을 부인하고 있다.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정당화시킬지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일부 시청자는 아무리 그래도 '바람인 것 아니냐?'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해인의 싱글 대디 이미지 변신은 성공적이라는 평이지만 한지민과 동갑내기 설정은 뭔가 어색하다는 반응이다. 전작 연하남 이미지가 강해서가 아니라 한지민과 투 샷이 잡힐 때 동갑내기라는 느낌보다 연하남에 가까운 느낌이 들기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소지민'으로 불리는 한지민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활발하게 오가고 있다. 다작 활동을 해서 붙은 별명인데 이 다작 활동이 발목을 잡은 모습이다. 이정인 캐릭터가 JTBC '눈이 부시게' 혜자와 tvN '아는 와이프' 서우진을 오간다. 제작발표회에서 "손예진 배우와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르다고 생각했다. 심사를 받듯 누가 더 잘했다가 아니라 '봄밤'이 그려 내고자 하는 이야기가 다르다"면서 손예진과 다른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예진의 벽을 뛰어넘어 진정한 '봄밤'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지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봄밤'은 시청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기존 10시대 미니시리즈를 오후 9시로 앞당겨 방송한 첫 작품이다. MBC 내부적으로 기대감이 컸는데, 아직은 오후 9시대에 시청자가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다. 시청률 추이를 보면 오후 9시에서 오후 9시 30분 사이 유입층은 아직 5%의 벽을 넘지 못했다. 첫 방송 당일에는 첫 방송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스타트 시간에 4%대를 유지했지만, 다음 날인 23일에는 2%대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평균 시청률 역시 소폭 하락했다. 향후 9시대로 시청자를 적응시키는 것도 '봄밤'이 당면한 과제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안판석표 멜로물의 특징이 잘 담긴 작품이다. 드라마가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직업도 약사와 도서관 사서이지 않나. 일상적인 느낌을 준다. 인물의 세세한 감정 변화도 잘 묻어나는 연출 덕분에 묘한 설렘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고 평하면서도 "'예쁜 누나'에 나왔던 배우들이 너무 많이 나와 '예쁜 누나' 연장선에 있는 느낌"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