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는 현역 시절 '부상 없는 선수'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보여 준 인물이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2001년 삼성에 입단한 뒤 16년 동안 단 한 시즌도 거르지 않고 매년 세 자릿수 안타를 쳤다. 그 기간 내내 1군에서 주전 선수로 활약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인데, 자신의 역할까지 모자람 없이 해냈다. 그라운드에서 늘 부상 없이 뛸 수 있도록 몸을 잘 관리하는 것은 프로야구 선수의 첫 번째 의무이자 가장 중요한 덕목. 박한이는 그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2016년에는 무릎 부상으로 결장하는 기간이 많아지면서 세 자릿수 안타 달성에 위기가 왔다. 하지만 정규 시즌 종료까지 딱 3경기를 앞둔 10월 4일 대구 LG전에서 마침내 시즌 100번째 안타를 때려 내 남은 숫자 하나를 채웠다. 16년 연속 100안타라는 대기록은 그렇게 극적으로 작성됐다. 삼성의 또 다른 '레전드' 양준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이었다.
세 자릿수 안타 행진이 중단된 뒤에도 박한이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세월의 흐름 탓에 팀 내 입지가 점점 좁아졌지만, 지난 시즌에도 홈에서 이틀 연속 끝내기 안타를 치는 등 잊지 못할 순간을 종종 만들어 냈다. 바로 직전 경기인 지난 26일 대구 키움전에서도 그랬다. 현재 리그 최강인 키움 마무리 투수 조상우를 상대로 2타점짜리 끝내기 적시 2루타를 때려 내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음주 운전'이라는 한순간의 판단 착오로 그 경기는 박한이의 현역 마지막 게임으로 남고 말았다. 끝내기 2루타 역시 그가 삼성 유니폼을 입고 만들어 낸 마지막 안타로 기록됐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에 엄격한 철퇴를 내리는 KBO 리그의 새로운 변화가 40세 백전노장의 전격 은퇴 결심으로 이어졌다. 지금 그라운드를 활발히 누비는 후배 선수들에게도 경종을 울릴 만한 상징적 사건이다.
박한이의 프로 19년 통산 성적은 2127경기·타율 0.294·2174안타·146홈런·906타점. 그 누구보다 명예롭게 은퇴할 자격을 갖췄던 베테랑 선수가 순식간에 가장 쓸쓸한 마침표를 찍게 됐다. LG 박용택과 함께 유일한 1970년대생 선수로 남아 있던 그가 갑작스럽게 퇴장하면서 KBO 리그의 또 한 시대가 서서히 저무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