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불펜 투수 박진형(25)이 전환점을 만들었다. 아웃카운트 단 한 개지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박진형은 그동안 어깨 부상으로 공백기가 길었다. 2017시즌,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셋업맨이었지만 오프시즌 동안 국제 대회를 치르며 피로 누적 여파가 심화됐고, 결국 2018시즌은 13경기만 등판한 뒤 부상 재활에 들어갔다.
롯데는 올 시즌 초반부터 불펜 난조에 시달렸다. 지난해 홀드왕 오현택, 전반기 셋업맨 진명호가 모두 위력을 잃었다. 그래서 박진형의 복귀 여부도 관심이 모였다. 그가 1군에 복귀하자 기대감도 높아졌다. 실전 감각과 구위 회복이라는 숙제가 있었지만, 롯데의 가을야구를 이끈 선수라는 이력이 작용했다.
5월23일 광주 KIA전에서 복귀전에 나섰다. 1⅓이닝을 막으며 피홈런 1개를 내줬다. 25일 사직 LG전에서는 세 타자를 상대하며 아웃카운트 1개밖에 잡아내지 못했다.
양상문 감독은 "당장 과거(2017시즌) 모습을 기대하기보다는 실전을 통해서 점차 제 모습을 찾기를 바란다"고 했다.
좋은 계기를 만들었다. 2연패 뒤 맞은 28일 NC전에서 그가 상대 추격 불씨를 소등하는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것.
상황은 이랬다. 1-2로 뒤지던 롯데는 6회초 공격에서 대거 6득점 하며 7-2, 5점 차로 앞서갔다. 선발투수 김원중이 6회까지 책임지며 승리 가능성도 높였다. 그러나 7회 수비에서 김원중이 1사 뒤 안타를 맞았고, 바뀐 투수 손승락은 NC 상위 타선 박민우, 김태진, 박석민에게 연속 3안타를 허용하며 2점을 내줬다. 3점 차 추격을 허용했다.
박진형은 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주까지 리그 타격 1위(0.377)를 지킨 양의지를 상대했다. 그는 앞선 4회도 김원중으로부터 우측 담장까지 흐르는 타구를 만들었다.
변화구 승부는 없었다. 1-3구 모두 직구를 던졌다. 코너워크를 노렸지만 영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4구째를 몸쪽 승부로 첫 스크라이크를 잡아낸 뒤 5구째 직구에 빗맞은 우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박진형과 롯데 모두 큰 고비를 넘겼다.
롯데는 이 타석 뒤 고효준이 마운드에 올랐고, 대타 강진성을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며 마지막 고비를 넘겼다. 8, 9회 추가 득점도 하며 9-4로 승리했다.
여전히 구위 회복이 필요하다. 그러나 처음으로 홀드를 기록하며 부담감을 다스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리그 타격 1위를 잡아낸 승부 결과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