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술값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소주·맥주·양주 너나없다. 모두 1위 업체들이 총대를 멨다. 이유는 같다. '원가 상승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비판한다. 2~3위 업체도 뒤따라 가격을 올리고 있어서다. 이제 '소맥(소주+맥주)'은 1만원이 넘어 '서민의 술'이 아니라는 푸념도 나온다.
가격 인상 앞장선 1위 업체29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올해 가격 인상의 포문은 맥주 점유율 1위 오비맥주가 열었다. 지난달 '카스'를 비롯해 주요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이에 카스의 출고가는 기존 1147원에서 1203.22원으로 56.22원 올랐다. 오비맥주의 출고가 인상은 2016년 11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었다.
소줏값도 올랐다. 역시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총대를 멨다. 이달부터 참이슬 출고가를 6.5% 올렸다. 3년 5개월 만이다.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의 출고가는 병당 1015.70원에서 65.5원 오른 1081.2원으로 조정됐다. 위스키 가격 역시 이달부터 인상됐다. 시장점유율 1위인 디아지오가 앞장섰다.'조니워커'와 '싱글톤' 'J&B'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8% 올렸다. 조니워커 가격이 오른 건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가격을 인상한 1위 업체들의 변명은 한결(?)같다. 모두 '원가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지난달 가격 인상 당시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제반 관리비용 상승 등 전반적인 경영 여건을 감안할 때 출고가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소줏값을 올린 하이트진로 역시 "2015년 11월 가격인상 이후 원부자재 가격·제조 경비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디아지오도 "인건비·생산자물가 등 원가 인상 압박 등을 고려해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했다.
뒤따르는 2~3위 업체
선두 업체의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2~3위 업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가격 인상에 동참하고 있어서다. 실제 소주 업계 2위이자, 맥주 업계 3위인 롯데주류는 6월 1일부터 소주 '처음처럼'과 맥주 '클라우드'의 출고가를 인상키로 했다. 처음처럼의 출고가는 1006.5원에서 1079.1로 73원(7.2%), 클라우드는 1250원에서 1383원으로 133원(10.6%) 각각 오른다.
롯데주류의 가격인상 이유도 선두 업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부자재 가격·물류비·인건비 등 비용증가로 누적된 '원가 부담'이다.
위스키 가격도 들썩이긴 마찬가지다. 디아지오의 가격인상에 페르노리카코리아·에드링턴코리아 등 나머지 업체들도 곧 가격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인상 부담이 줄어든다"며 "날짜만 안 정했을 뿐 도미노 인상은 거의 기정사실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주류업체들이 4월을 기점으로 일제히 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해 주류세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사전 작업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50년 전에 만들어진 현행 주세 체계를 고치기 위해 개편안을 마련 중이다. 당초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에 비해 역차별받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논의가 시작됐으나 현재는 소주·양주·와인을 포함해 전 주종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주류 관련 세금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주류업체들이 일단은 가격을 올리고 본다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세 개편안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 일단 발표되기 전에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주류 회사로는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소맥도 '부담' 푸념
잇따른 가격 인상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이른바 '소맥'을 마시려면 1만원을 꺼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푸념도 나온다.
실제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은 출고가 인상에 따라 이미 편의점에서 140원·200원씩 올랐다. 식당과 주점에서는 소주 1병에 5000원을 받는 곳도 적지 않다.
여기에 1병당 5000~6000원에 이르는 맥주 가격을 합할 경우 '소맥'을 마시기 위해서는 최소 1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 분당에 거주하는 한 30대 직장인은 "외식 물가와 더불어 술값까지 오르니 밖에서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더 부담스러워지고 있다"며 "원가가 올랐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려운데, 반대로 원가가 떨어졌을 때 그것을 이유로 주류 가격이 인하된 적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