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아파트 시장이 수그러든 모습이다.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을 뜻하는 ‘중위 가격’은 반년 새 1억원 이상 떨어졌다. 당연히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지난 29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0년 222만 명에 불과했던 1인 가구 수는 올해 573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 비중도 15%에서 29.1%까지 상승했다. 이는 비혼주의자 증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1인 노령 가구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런 사회적 현상으로 소형 아파트는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영향을 미쳐 왔다. 전용 40㎡ 미만의 소형 아파트의 경우 저렴한 분양가와 합리적 공간 활용으로 1인 가구에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분양한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7 대 1이었지만, 가장 평형이 작은 전용 40㎡의 경우 전 주택형 중 최고 경쟁률인 78 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서울 소형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부동산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만랩이 KB부동산의 규모별 아파트 매매 중위 가격을 분석한 결과, 서울 소형 아파트 매매 중위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12월 4억1029만원의 고점을 찍었다.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던 소형 아파트는 올해는 분위기가 180도 바뀌더니 올 1월 3억2281만원으로 급격히 하락했고, 이달에는 3억1926만원까지 내려앉았다.
실거래가를 보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리센츠’ 전용 27㎡의 경우 지난해 9월만 해도 8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7억4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1억5000만원이나 급락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 ‘한화오벨리스크’ 전용 38㎡도 지난해 10월 5억원에 거래됐지만, 이달에는 1억원 떨어진 4억원에 거래됐다.
소형 아파트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4월 소형 아파트 거래량은 6351건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3572건으로 전년 대비 43.76%나 감소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세제 혜택이 줄고 공시 가격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짐에 따라 수요도 줄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소형 아파트의 경우 중형·대형 아파트보다 회전율이 빠르고 환금성도 높아 임대 사업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며 “하지만 지난해 9·13부동산대책 이후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축소되고, 공시 가격까지 인상되면서 보유세 부담이 높아지자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