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배우 가능성' 활짝, 점점 더 궁금한 박형식의 2막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첫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서 웬만하면 복습을 안 한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많이 보지는 않았다. 내 입으로 '만족했다' 말하긴 좀 그렇고, 연기적인 부분엔 당연히 아쉬움이 있지만 영화 자체는 정말 잘 나온 것 같다. 다 만들어진 영화를 보니까 '감독님의 의도가 그런 의미였구나. 그렇게 찍은 이유가 있구나' 새삼 깨닫기도 했다. 무엇보다 촬영 과정이 너무 행복했기 때문에 행복한 작품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았나.
"그냥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보는 모든 배우들이 같은 마음 아닐까. 본이의 연기를 보고 만족하는 배우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 때 왜 저렇게 했지? 조금 더 다르게 표현해 볼껄. 다른 감정은 없었나?'(웃음) 왠지 나만 부족한 것 같고, 그런 고민을 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반대로 흡족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시나리오를 읽고 직접 촬영을 했는데도 영화를 보는데 나도 모르는새 푹 빠져 들더라. 영화가 너무 금방 끝나니까 '이게 몇 분짜리 영화였지?'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웃음) 아는 내용인데도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경험을 처음 헀다. 그 느낌이 굉장히 좋았고 기억에 남는다. 관객 분들도 내가 느낀 것을 같이 느껴 주셨으면 좋겠다."

-감독이 '진짜사나이' 속 아기병사 박형식의 모습을 보고 남우를 떠올렸다고.
"아무것도 모른 채 하나씩 배워가는 모습이 남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근데 '진짜사나이'에 출연한 것이 벌써 4~5년 전이다. 감독님은 그때 내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데 난 이미 20대 후반이 됐다. 그 때보다는 세상을 알았고, 덜 순수해졌다.(웃음) 캐릭터를 연구하는데도 공격적이게 다가가니까 감독님이 꽤 당황하셨다."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나.
"다툼 아닌 다툼이 있었다.(웃음) 미팅을 여러 번 했는데 감독님 스타일이 일단 내가 하는 이야기를 다 들어 주신다. 처음엔 '아무 생각없이 연구하지 말라'고 하셔서 배우더러 연기 연구를 하지 말라고 하니까 '어떻게 그러지?' 싶기도 했다. 몇 번 미팅을 하면서 의견을 맞춰 나갔고 '아,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현장에 가니까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는 다 사라지고 감독님이 원하는 무언가를 찾아 가더라. 아~ 그 배신감은!(웃음)"



-당황했겠다.
"솔직히 많이 당황했다. 미팅 땐 '네네,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하셨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형식씨, 그렇게 말고요' 하면서 다른 연기를 원하셨다. 그래서 '전 그런 배심원 제도가 있는지 처음 알았는데요'라는 대사를 27 테이크나 갔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한 마디인데 계속 NG가 났다. 어쩔 수 없이 문소리 선배님께 SOS를 쳤다. 미팅 때 했던 호흡은 어디가고 마이웨이 하시니까! 난 촬영장에 버려졌는데!(웃음) SOS를 칠 사람이 선배님 밖에 없었다."

-문소리는 어떤 조언을 했나.
"소리 누나가 '나는 첫 데뷔작이 이창동 감독님 작품이었다. 그땐 30~40 테이크 가는 것이 너무 당연했다. 그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누구나 다 하는 것이니까 잘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해라. 너 100 테이크 가도 상관 없으니까 마음 가는대로 해라'라고 해주셨다. 엄청 긴장하고 멘탈이 나가 있는데 그런 말씀을 해 주시니까 진짜 큰 힘이 됐다."

-처음부터 호칭을 '누나'라고 했다고.
"27 테이크가 문제다. 하하. 정신없는 상황에서 바로 옆에 누나가 보였고, 손을 잡으면서 나도 모르게 '누나, 저 좀 도와주세요!'가 됐다. 사실 누나라고 했는지 선배님이라고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근데 누나라고 했다더라.(웃음) 누나라고 이미 말했는데 다음 날 '선배님' 하면 또 그렇지 않나. 누나가 잘 받아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예의없다' 하실 수도 있는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다 받아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게 첫 촬영이었나.
"첫 촬영이었다. 근데 그 촬영을 끝내고 나니까 확실히 긴장감이 없어졌다고 해야 할까? 선배님들과 함께 배심원실에 있으면 어느 순간 그 상황에 훅 빠져 있더라. 그 때부터 소리 누나도 '어떡해, 형식이한테서 남우가 보여~'라고 하시더라. 되게 기분 좋았다."

>> ②에서 계속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UAA(United Artists Agency)
 
당신이 좋아할 만한정보
AD
당신이 좋아할 만한뉴스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지금 뜨고 있는뉴스
오피니언
행사&비즈니스
HotPho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