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축구대표팀은 9일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8강 세네갈과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3-3 무승부를 거뒀다. 이후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하며 32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공수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준 이강인(왼쪽)과 이광연. 연합뉴스 36년 만의 4강 진출, 그 뒤에는 빛나는 '창과 방패'가 있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 세네갈과 경기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3-3 무승부를 거뒀다. 120분 혈투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4강에 올랐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이번 대회 목표였던 '어게인 1983'을 달성함과 동시에, 역대 최고 성적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
정정용 감독부터 벤치 선수들까지 모두가 하나돼 만들어 낸 4강행이다. 정 감독은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이번 대표팀의 강점에 대해 "우리팀은 하나다. 전체 감독부터 선수까지 모든 스태프가 하나다. 그게 우리의 힘이고 원동력"이라는 말로 표현해 '원 팀'을 강조했다. 유수프 다보 세네갈 감독도 "어느 정도 준비는 했지만 (한국이) 이렇게까지 조직력 있는 팀인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모두 하나가 돼 끈질기게 뛴 결과가 4강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원 팀' 속에서 유독 빛난 '창과 방패'가 있다. 1골 2도움으로 종횡무진한 '슛돌이' 이강인(발렌시아), 그리고 빛나는 선방으로 한국의 골문을 지킨 '빛광연' 이광연(강원 FC) 얘기다.
이강인의 활약상은 이번 대회 내내 이어졌다. '한국 축구의 미래'라는 이름에 걸맞게 매 경기 맹활약을 펼친 이강인은 이날 세네갈전에서 말 그대로 펄펄 날았다. 자신보다 훌쩍 큰 세네갈 선수들 사이를 뚫고 공격을 진두지휘했고, 드리블과 킥·패스·슈팅까지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17분 수비수 이지솔(대전 시티즌)이 얻어 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대회 마수걸이 득점에 성공한 이강인은 패배 직전이었던 후반 추가 시간 막판, 코너킥 상황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이지솔의 동점골을 이끌었다. 특히 연장 전반 5분, 쇄도하는 조영욱(FC 서울)을 향해 찔러 준 스루패스는 상대 수비수들을 뚫고 정확하게 배달돼 한국의 세 번째 득점으로 연결됐다. 이강인의 킬 패스 능력이 돋보인 완벽한 장면이었다. 연장 전반 종료 직전 김주성(FC 서울)과 교체돼 승부차기에 나서진 못했으나, 105분 동안 세네갈을 찌른 이강인이라는 '창'의 예리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경기였다.
이강인이 '창'이라면 한국 골문을 지킨 이광연은 '방패'였다. 숫자만 보면 3실점이지만 난타전 속에서 골문을 든든히 막아 낸 이광연이 아니었다면 연장전까지 가는 것도 어려울 수 있었다. 후반 31분, 페널티킥을 내준 상황에서 상대 공격수 이브라히마 니아네의 슈팅을 막아 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비록 비디오판독(VAR)으로 슈팅 직전 이광연이 골 라인에서 발을 먼저 뗐다는 사실이 밝혀져 무효 처리되고 결국 실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페널티킥 상황에서 보여 준 선방은 든든한 수문장 이광연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했다.
이후로도 이광연의 선방은 계속됐다. 전후반 90분, 연장 전후반 30분을 더해 총 120분의 시간 동안 유효슈팅 7개 중 4개가 이광연의 손에 가로막혔다. 여기에 승부차기에서도 한국의 1·2번 키커 김정민(리퍼링)과 조영욱(FC 서울)이 연달아 실축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침착하게 골문을 지켜 극적인 4강행을 이끌었다. 특히 상대 키커의 실축으로 2-2가 된 상황에서, 세네갈의 네 번째 키커인 디아 은디아예의 슈팅 방향을 정확하게 읽고 막아 내 분위기를 단숨에 반전시켰다. 이광연의 놀라운 선방에 축구팬들은 '2018 러시아월드컵 때 조현우(대구 FC)를 보는 것 같다'며 '빛광연'으로 부른다.
매 경기 뛰어난 활약으로 한국의 4강 진출에 앞장서 온 '창과 방패'는 오는 12일 오전 열리는 에콰도르와 4강전에도 함께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광연은 "전세기를 타겠다는 꿈을 이뤘지만 꿈 하나(우승)가 아직 남아 있다"며 "4강을 잘 준비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고, 이강인도 "다음 경기에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하지만 후회 없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서 결승전까지 가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