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한국과 세 차례 맞붙어 한 번도 패하지 않은 '한국 킬러'. 유럽 중위권 벨기에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로 이끈 남자이자 벨기에 축구의 레전드. 바로 마르크 빌모츠(50·벨기에)다.
그가 한국에 왔다. 오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이란의 평가전을 지휘하기 위해서다. 빌모츠는 지난달 16일 이란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이 자리는 지난 1월 카를로스 케이로스(현 콜롬비아 감독)이 떠난 뒤 공석이었다. 빌모츠는 데뷔전 대승으로 화려한 신고식도 치렀다. 이란은 지난 7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시리아와 홈 평가전에서 5-0으로 크게 이겼다. 빌모츠와 이란 대표팀 본대는 지난 8일 입국했다.
빌모츠는 벨기에의 전설적인 미드필더다.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거침없이 누비고 다닌다고 해서 붙은 별명은 '맷돼지'. 벨기에 국가대표로 월드컵에 무려 네 차례(1990·1994·1998·2002년)나 출전했고, 2014년에는 감독으로 벨기에(2012~2015년)를 이끌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3골을 몰아치는 등 월드컵에서만 총 5골(1998년 2골)을 넣기도 했다.
그는 선수·감독으로 나선 월드컵에서 한국을 세 차례나 상대해 2승1무로 압도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뒀고, 지도자로 나선 2014년 브라질 대회 조별리그 3차전에선 1-0으로 이겼다. 1998년 프랑스 대회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한국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당시 확실한 1승 상대로 여겼던 한국과 비긴 벨기에는 3무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최근까지 한국을 비교적 여러 차례 경험한 빌모츠의 이란은 이전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전력을 준비 중이다.
빌모츠는 벨기에 축구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이다. 그는 부임 직전 FIFA 랭킹 48위까지 떨어졌던 벨기에를 부임 기간 1위까지 끌어올리는 마법을 선보였다. 유럽 중소리그인 벨기에 프로축구 선수들과 빅리그 선수들을 하나로 묶고, 월드컵을 네 차례나 출전한 경험을 팀에 입힌 덕분이다. 전략과 전술면에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탁월한 팀 장악력으로 극복했다. 특히 네달란드어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벨기에 선수들의 언어 장벽을 허문 것은 빌모츠의 최대 성과라는 평가다. 빌모츠는 현역 은퇴 직후인 2003년부터 2년간 벨기에 상원의원을 지냈는데, 정치인 출신답게 쇼맨십이 강하고 달변가로 알려졌다.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축구대표팀 감독은 동갑내기 빌모츠와 '한국의 천적' 이란을 동시에 넘어야 한다. 벤투호는 이란과 처음 맞붙는다. FIFA 랭킹 37위인 한국은 아시아축구연맹(AFC) 국가 중 랭킹이 가장 높은 21위인 이란과 역대 A매치 상대전적에서 9승8무13패로 뒤진다. 또한 5경기 연속 무승(1무4패) 부진에 빠져 있다. 2011년 1월 22일 AFC 아시안컵 8강에서 윤빛가람의 골로 1-0으로 꺾은 이후 8년 넘게 이란을 이겨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