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극 '단, 하나의 사랑'이 3주 연속 수목극 1위를 기록 중이다. 다소 유치해보였던 시놉시스와 대본을 사실적이고 꼼꼼한 연기로 살려낸 신혜선의 힘이 주효했다.
'단, 하나의 사랑'은 천사가 등장하는 판타지 로맨스라는 점과 사고로 인해 춤을 출 수 없게 된 발레리나가 화려하게 재기한다는 설정, 순수한 매력을 가진 천사로 인해 발레리나의 차가운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는 이야기 등이 자칫 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런 약점을 신혜선의 무게감 있는 연기가 보완하고 있다. 신혜선(이연서)은 가사도우미를 함부로 해고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가장 가까이서 보살펴주던 장현성(조승완)에게도 모진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반사회적인 인간으로 그려졌다. 이기적이고 모난 성격 때문에 시청자가 공감하지 못할 수 있는 캐릭터였지만 신혜선은 이연서의 차가운 성격까지 밉지 않게 그려내며 연민을 유발했다. 사람들 앞에서 짜증 낼 때와 혼자 남았을 때 속앓이를 하는 양극단을 분명한 차이를 두고 연기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홀로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애절한 눈빛으로 설득력을 더했고,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똑 부러지는 발성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후원회를 신랄하게 조롱했다. 결정적으로 장현성의 빈소에서 웃는 장면이 소름 돋는 몰입감을 줬다.
에너지를 쏟아내며 온 몸으로 우는 연기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콧등을 간지럽히는 로맨틱 코미디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김명수(김단)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해 벌어지는 좌충우돌 귀여운 행동부터 김명수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하며 점차 변화하는 모습까지 신혜선은 진심을 연기에 담아내며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신혜선의 열연은 다른 배우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이동건은 "신혜선 연기에는 뭔가 다른 게 있다는 걸 느꼈다. 신혜선과 연기할 땐 원래 생각했던 것 말고 신혜선의 연기에 더 맞는 대사나 연기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방송 관계자는 "신혜선의 연기력이 작품에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통통 튀는 김명수의 매력까지 조화롭게 살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발레 연기를 소화하는 것도 신혜선에게는 도전이었다. 캐스팅을 확정하고 지난 1월부터 현역 발레리나들과 함께 맹연습했다. 원래도 마른 체형이었지만 발레리나의 몸을 만들기 위해 혹독하게 체중을 감량했다. 비록 세세한 안무까지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눈빛과 표정으로 움직임에 감정을 실으며 부족한 점을 극복하고 있다. 신혜선의 소속사 YNK엔터테인먼트 김민수 대표는 "방송을 시작한 뒤에도 촬영이 없을 땐 발레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며 완벽한 캐릭터 소화를 위한 남다른 노력을 전했다.
신혜선은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왔다. '학교 2013' '오 나의 귀신님' '그녀는 예뻤다' 등에서 조연으로 활약하며 눈도장을 찍은 뒤 '아이가 다섯' '비밀의 숲'으로 존재감을 확인받았다. 첫 주연작인 '황금빛 내 인생'과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사의 찬미' 등으로 대체불가한 30대 여배우 반열에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