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이 마약 투약을 반성하며 눈물로 양형을 호소했다. 박유천도 울고 팬들도 울고, 법원이 눈물바다가 됐다. 여기에 구경나온 법원 직원들까지 총출동해 시장통을 방불케하는 인파 속에 재판이 끝났다.
14일 오후 2시 수원지방법원 형사12단독은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유천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현장에는 은퇴한 박유천을 여전히 옹호하는 팬들이 일찌감치 모여 앞 순번을 차지했다. 사원증을 목에 걸고 내려온 법원 직원들까지 내려와 공판 내내 문이 수차례 열고 닫혀 소음을 유발했다.
재판부는 박유천의 신원을 확인한 후, 검찰 측에 공소사실을 확인해달라고 했다. 박유천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황하나 측과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들이 있고, 검찰 진술 일부는 부인한다"고 했다.
변론에서 박유천 법률대리인은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박유천이 왜 마약에 손을 대게 됐는지 살펴봐 줄 것을 요청했다. "행위 자체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부끄러운 마음이 앞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지만 마약을 왜 하게 됐는지 과정을 봐달라"면서 "2016년 고소 사건으로 지친 상태였고, 그 과정에서 황하나를 만나 결혼까지 하려 했으나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힘든 과정이 있었음을 참작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박유천은 범행을 숨김없이 털어놓았기에 기소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늘어났다. 통상적인 마약 혐의에 경우 범행 자백이 드문데 박유천의 경우 진실되게 털어놓았다"고 호소하며 "어린 나이에 연예인이 되어 정상적인 삶이 어려웠다. 주변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고 범죄자보다 더 심한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를 받아온 박유천이 마약에 까지 빠져 수의를 입고 재판에 설 줄은 피고인도 상상 못 했던 일"이라며 기회를 달라고 변론했다.
박유천은 재판에 앞서 두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고, 한 건의 탄원서를 법원에 냈다. 재판장은 "제출한 반성문을 받았다. 잘 읽어볼 테니 하실 말씀이 있다면 해달라"며 최후변론 기회를 박유천에 돌렸다.
준비한 종이를 꺼낸 박유천은 눈물을 쏟으며 "구속된 이후로 걱정해주시고 눈물 흘리는 모습들 보면서 나를 믿어주셨던 분들이 내 잘못으로 인해 얼마나 큰 실망을 하셨을지 가늠할 수가 없다"고 오열했다. "제가 큰 죄를 지었구나하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고 미워하는 마음 대신 마지막까지 믿어주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남아있다. 안에 있으면서 자유의 소중함을 느꼈다. 심려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울먹이며 종이를 읽어내려갔다.
박유천은 전 연인이었던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의 진술을 통해 공범으로 지목됐다. 당초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결백을 주장하다, 마약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고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혐의를 시인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에 따르면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도) 나 자신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껴주신 팬 등에게) 사죄하고 싶다"며 혐의를 시인해 검찰에 넘겨졌다.
박유천은 황하나와 함께 3차례에 걸쳐 필로폰 1.5g을 구매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7차례에 걸쳐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황하나 오피스텔 등에서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첫 공판을 가진 황하나는 박유천과의 동반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선 "증거에 대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두 사람은 마약 권유의 주체와 투약 횟수 등을 놓고 다른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유천에 대해 징역 1년 6월에 추징금 140만원을 구형했다. 집행유예가 있을 경우 보호관찰도 요청했다. 선고공판은 7월 2일 오전 10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