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자필 편지로 임직원 사기 진작에 나섰다. 거듭되는 유통 업계의 불황에 부정적 시선을 반전시키고,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임 사장은 최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직접 자필로 작성한 A4 용지 4매 분량의 손 편지를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임 사장은 편지에서 현재 유통 업계 불황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반성 그리고 앞으로 과제를 이야기했다.
자칫 불투명해 보일 수 있는 유통업의 미래 등 회사를 둘러싼 여러 상황에 대해 소통하고, 여러 과제에 대한 성공의 확신을 심어 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20개월간 점포와 물류 현장, 본사 사무실에서 마주했던 임직원들의 노력에 그저 벅찬 마음이며,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를 전한다"고 운을 뗐다.
임 사장은 이어 "유통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작금의 상황은 전통 유통사업자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위기다. 격한 경쟁 속에서 지속되는 매출 감소와 가파른 비용 상승으로 유통산업 내 기업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시점에 서 있음을 고백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7년간 대형 마트를 압박한 건 유통 규제만은 아니다. 가장 정확히 바라봐야 했던 건 더욱 크게 변화한 경쟁 구도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온라인 사업자, 일본보다 초밀도로 증가한 편의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지역 대형 슈퍼, 지속적으로 출현하는 전문점, 창고형 할인 매장까지 전통 유통의 울타리는 허물어지고 전방위 경쟁이 가속화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영 과제를 언급했다. 창고형 할인 매장과 대형 마트의 특징을 융합한 '홈플러스 스페셜'을 확대 전개, 전국 각 점포가 지역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역할까지 수행해 차별화된 배송 경쟁력을 제공하는 '모바일 사업'에 전 사적으로 집중, 미래 유통사업자의 절대적 역량인 '데이터 강자'가 되기 위한 결단과 몰입 등을 제시했다.
임 사장은 "이 같은 노력으로 홈플러스는 우수한 유통 역량을 최대한 살려 낼 것이고, 다시 새로운 유통의 강자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임 사장의 이례적인 자필 손 편지가 최근 홈플러스의 부진한 실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지난 14일 공개된 홈플러스의 2018 회계 연도(2018년 3월~2019년 2월)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59% 감소한 1090억8602만원을 기록했다. 1년 사이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 매출액 역시 소폭 감소해 같은 기간 3.67% 줄어든 7조6598억2292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리츠 상장 실패로 자금 유동성이 제한된 것도 홈플러스에는 부정적 요소다.
한국리테일홈플러스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홈플러스 리츠')는 2월 28일~3월 13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실시했으나 해외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 저조로 상장을 철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온라인 사업 강화와 홈플러스 스페셜 전환 가속화 등을 준비했던 홈플러스 입장에서 리츠 상장 실패는 아쉬울 것"이라며 "올해 역시 e커머스 업체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상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