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대한탁구협회장 취임식에서 유승민 신임 대한탁구협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대한민국 탁구인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더 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뒤 김택수(49) 감독을 뜨겁게 끌어안았던 유승민(37)의 모습이 빔 프로젝터 화면에 크게 떠올랐다. 선수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의 순간을 돌이켜 보며 "대한민국 탁구인이어서 자랑스럽다"고 말한 유승민은 "앞으로 대한민국 모든 탁구인들의 자긍심을 높여 드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대한민국 탁구 국가대표'가 아니라, '대한탁구협회장'의 자리에 오른 그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만 37세의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제24대 대한탁구협회장 자리에 올랐다. 유 신임 회장은 18일 오후 더 플라자 호텔에서 취임식을 갖고 대한탁구협회 수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열린 제24대 대한탁구협회장 보궐선거에서 총 158표 중 119표를 받아 신임 탁구협회장에 선출됐다. 최연소 협회장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는 최초의 협회장이다. 이날 취임식에서 유 회장이 보여 준 모습은 '최연소'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젊은 피'의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준비해 온 원고를 읽는 대신 사진과 영상 자료를 활용,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자신의 임기 동안 어떻게 한국 탁구를 이끌어 갈지를 설명했다. 지난 4월 별세한 조양호 전 회장의 잔여 임기를 그대로 물려받았기에, 그가 대한탁구협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시간은 2020년 12월까지다. 하지만 유 신임 회장은 "주어진 시간이 1년 6개월밖에 없기 때문에 초반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며 짧은 기간 동안 한국 탁구계의 미래를 위한 기틀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취임식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비전과 계획을 설명한 유 신임 회장은 "취임 3주째인데 실제로 해 보니 재미있다. 탁구인이다 보니 다양한 분들과 만나면서 긍정적 신호를 많이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직 '유 회장'이라는 호칭은 어색하다. '유승민 선수'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다"는 유 신임 회장은 "초심을 잃지 않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할 준비가 돼 있다. 지난 2주간, 내가 얼마나 더 뛰느냐에 따라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도 커진다는 자부심을 가졌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020 도쿄올림픽을 비롯해 굵직굵직한 대회가 임기 내에 예정돼 있어 할 일은 더욱 많아질 예정이지만, 유 신임 회장은 가장 먼저 내년 4월 부산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단체전)의 성공 개최에 집중한다. 유 신임 회장이 가장 먼저 내건 공약이기도 한 이번 대회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인 데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치르는 대회인 만큼 올림픽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유 신임 회장은 "대회 준비는 잘 되고 있다. 국제탁구연맹(ITTF)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기에 역대 최고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을 성공리에 개최해 세계선수권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향후 20년을 바라보고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내건 유 신임 회장은 이를 위해 '탁구미래발전특별위원회'를 신설, 다방면으로 탁구 발전의 미래를 도모할 계획을 갖고 있다. 유 회장은 "현재 갖고 있는 비전을 실행하고 엘리트 문제 및 개선 방안 논의, 생활체육 부분 접근 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고 '특별위'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또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지도자·선수·협회·스폰서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위원으로 모셔서 의견을 들어 볼 계획이다. 큰 조직을 운영하려면 편향된 의견만 들을 게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이 벌써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이런 부분들이 모이면 1년 6개월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서, 앞으로 어떤 분이 회장이 되더라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특별위는 6월 내로 인선을 마친 뒤 7월 초 코리아오픈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