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유명인들, 이른바 '인플루언서'들이 홍보하는 식품에서 대장균과 금속성 이물질 등이 잇따라 검출되고 있다. 광고한 만큼 효과가 없는 식품도 부지기수다.
식품의 전문성·안정성, 판매자의 책임감·소비자 보호 인식 등이 전혀 검증되지 않고 팔리는 셈이다. 계속되는 논란에 업계에서는 그동안 법망을 피해 있었던 SNS 마켓을 법의 울타리 안에 포함시킬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생 사각지대 SNS 식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8일 SNS 마켓에서 판매되는 다이어트·헬스·이너뷰티 관련 제품 총 136건을 검사한 결과, 9개 제품이 기준·규격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임블리 사건'으로 이번 조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 4월 한 소비자는 온라인 의류 쇼핑몰 '임블리'에서 호박즙을 구입했다가 곰팡이로 보이는 이물질을 발견했다. 이에 즉각 항의했으나 임블리 측은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다. 이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식약처가 SNS 식품만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것이다.
다만 식약처는 이번 조사 대상에 임블리 제품은 포함하지 않았다. 또 적발된 문제 제품을 판매한 인플루언서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임블리 호박즙 등은 이미 판매가 중단된 상태라 조사 대상에 넣지 않았다"며 "부작용 우려가 제기된 화장품(에센스)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검사 대상은 회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카페·페이스북 등 SNS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다이어트 관련 제품 총 136건이다.
검사 결과 다이어트 표방 제품 5건, 헬스 표방 제품 3건, 이너뷰티 표방 제품 1건이 기준·규격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어트 효과를 표방한 제품 중 ‘새싹보리 분말’ 5개 제품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사유는 대장균 검출(2건) 금속성 이물(2건) 타르색소 검출(1건) 등이다.
또 단백질 보충용 3개 제품의 경우 모두 단백질 함량이 표시보다 부족했다. 스테로이드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너뷰티 효능을 표방한 ‘레몬밤’ 액상 차 1개 제품은 세균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과장 광고도 넘쳐 나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식약처는 SNS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며 판매되는 제품을 대상으로 허위·과대 광고를 점검한 결과, 1930개 사이트에서 위반 사실이 드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차단을 요청했다.
허위·과대 광고로 적발된 유형은 다이어트 등 건강 기능 식품 오인·혼동(1559건) 원재료 효능·효과 소비자 기만 광고(328건) 부기 제거 등 거짓·과장 광고(29건) 비만 등 질병 예방 치료 및 효능 효과(8건) 체험기 광고(6건) 등이다. A사의 ‘보리어린잎분말’은 몸의 해독 작용과 중성지방 생성 억제 같은 질병 예방과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 B사의 ‘야마다팜새싹파우더’는 관절 디톡스·피부 노화 방지·활성산소 제거 기능이 있는 것처럼 포장했다. C사가 제조한 ‘엠뉴레몬밤 시크릿드링크’는 신경을 안정시켜 주고 정신 집중 효과를 낸다고 광고했다. 또 D사의 ‘레몬밤추출분말’은 활성산소 제거, 다이어트와 내장 지방 세포 감소 같은 검증되지 않은 효능·효과를 광고해 적발됐다. E사의 ‘호박하자오늘도’는 다이어트와 부기 제거 등을 내세워 건강 기능 식품과 오인·혼동할 수 있게 허위·과대 광고를 하다가 적발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제품처럼 일반 식품에 고지혈증·당뇨병 개선·혈관 속 염증 개선·다이어트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오인·혼동할 수 있게 하는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한다”며 “새싹보리에 함유된 ‘폴리코사놀’ ‘사포나린’ 성분 등의 효능·효과를 광고하려면 기능성과 유효성을 과학적·객관적으로 입증해 건강 기능 식품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낡은 전자상거래법 고쳐야
업계는 식약처의 이번 조사가 타 SNS 식품 판매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까 봐 우려하는 모습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1~12월 4000여 명을 대상으로 SNS를 통한 쇼핑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SNS 쇼핑 이용자 10명 중 3명은 제품 불량·환불 교환 거부·연락 두절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임블리 호박즙’에 앞서 ‘미미쿠키’가 대형 마트 제품을 유기농 수제품으로 속여 SNS에서 판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SNS 판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자상거래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된다.
인플루언서의 과대 광고는 법적 대상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에 대해 합당한 세금 납부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인 만큼 21세기 전자상거래 시장을 담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카카오톡 등 SNS에서 이뤄지는 거래의 경우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 신고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미 법안은 발의된 상태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7일 일정 규모 이상의 SNS 마켓을 통신판매업자로 등록시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의 관리·감독 범위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내놨다. 이 의원은 이 같은 개정 내용은 판매자의 책임을 강화하며 소비자 편익도 제고하는 선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SNS 마켓 피해로 부정적인 시각이 커지면 소비자는 결국 외면할 것”이라며 “선량한 판매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을 만들어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이찬열 의원이 낸 전자상거래법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이는 통신판매업자로 신고하지 않은 거래는 사이트 접근을 차단, SNS를 통한 전자상거래를 감독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플루언서에게도 '도덕적 잣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식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플루언서들은 이미 많은 팔로어 수를 보유한 연예인급으로 성장했다. 동경하던 연예인의 과오가 드러났을 때 하루아침에 혐오와 증오로 바뀌는 대중의 민낯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런 하이 리스크를 안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도덕과 책임의 잣대를 스스로에게 들이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