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목극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대중에게 생소한 포털 사이트 업계를 배경으로 한다. 극 중 임수정(배타미)의 대사처럼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이지만, 이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드라마에서 다루는 건 처음이다.
'검블유'는 매회 '본 드라마에 등장하는 회사 및 인물은 허구입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시작한다. 그러나 업계 1위 유니콘, 2위 바로를 보면 자연스럽게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을 대입하게 된다. 유니콘과 바로는 같은 포털 회사지만 극과 극의 분위기로 표현된다. 또 '미생' 등 오피스 드라마에서 익히 본 회사와도 많이 다르다. 과연 드라마와 현실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를까. 실제 포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검블유'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IT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 '라코펭'과 포털 업계 관계자 두 명에게 물어봤다.
◇ 여성 임원 극 중 유니콘은 대표 유서진(나인경)도 여자고, 이사 전혜진(송가경)도 여자다. 특히 전혜진은 유서진의 오른팔 격으로 표현된다. 임수정 역시 본부장으로 고위직에 속한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의 조사 결과 한국 3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4%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검블유'가 허무맹랑한 얘기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여성 임원 비율이 14%로,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2위다. 2017년 3월부터 네이버 CEO가 된 한성숙 대표도 여성이다. 라코펭은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현실의 포털 회사를 드라마에서 차용했다고 가장 확신이 드는 부분이다. 서비스·디자인 분야에 여성 임원이 더 많다"고 전했다. 관계자 A는 "개발 분야를 제외하곤 성비가 고른 편이다. 개발 분야도 여성 임원이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의상과 호칭 임수정과 함께 유니콘에서 바로로 이직한 우지현(최봉기)은 바로의 자유로운 복장에 깜짝 놀라고, 반대로 바로 직원들은 우지현의 정장 차림을 놀린다. 유니콘은 정장, 바로는 캐주얼이 드레스 코드인 것으로 표현된다. 또 유니콘에서는 이름이나 직책을 부르고, 바로에서는 영어 닉네임을 사용하는 등 유니콘보다 바로가 더 자유로운 분위기로 묘사된다.
현실은 이와 조금 다르다. 라코펭은 "네이버와 다음 모두 복장에 대해 자유롭다. 드라마처럼 정장을 입고 오면 '면접 보느냐'고 농담을 듣는다. 직무에 따라, 행사에 맞춰서 정장을 입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호칭에 대해서 관계자 A는 "영어 이름을 쓰는 곳은 카카오나 구글 정도다.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하며 다음에서도 영어 이름을 쓴다. 네이버는 본명을 사용한다. 직급이나 직책을 부르는 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답했다.
◇ 점유율 경쟁 임수정은 출근하는 지하철·버스에서 사람들이 어떤 포털을 사용하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회의 시간마다 점유율의 오르내림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관계자 B는 이 대목은 현실과 다르다고 했다. 네이버·다음 외에도 유튜브·인스타그램·카카오톡 등 검색 툴이 다양화되면서 각 회사가 자기들에게 유리한 통계를 내기 시작했다. 또 최근 국내 포털 점유율 순위는 큰 변화가 없다. 이 때문에 점유율 싸움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 경쟁사 이직 임수정이 유니콘에서 입지가 불안정해지자 경쟁사 바로의 대표 권해효(민홍주)가 스카우트 제의를 한다. 처음엔 거절하지만 결국 유니콘에서 자신을 따랐던 직원 두 명을 데리고 이직한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경쟁사에서 해고된 직원을 곧바로 스카우트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관계자 A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IT 업계에서는 놀랄 일도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 사례도 있다. 현재 카카오 공동대표인 조수용이 네이버 출신이다. 이 관계자는 "포털 회사가 검색 사업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업계로 이직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라코펭은 "포털의 경우 업계가 좁기 때문에 아는 사람도 많다. 드라마처럼 직접 대표가 영입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서로 끌어오고, 팀을 꾸려서 한꺼번에 이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부연했다.
◇ 채용 방식 유니콘 1층 카페 직원이었던 오아연(조아라)은 임수정의 눈에 들어 바로에 채용된다. 대사로 미뤄봤을 때 오아연은 서류나 면접 등 일반적인 채용 과정을 거치지 않고 스카우트됐을 가능성이 높다. 관계자 B는 "초창기에는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겠지만, 네이버나 다음도 대기업이 됐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데려오게 되면 자칫 채용 비리로 불거질 수 있다"며 이와 같은 경우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대기업이 하지 않았던 시도를 먼저 하는 건 사실이다. 토익 점수를 안 본다든가, 학교를 가린 블라인드 면접 등의 시도를 한다"고 덧붙였다.
◇ 검색어 삭제 마지막으로, 극 중 유니콘과 바로는 어떤 법적·윤리적 기준에 따라 검색어를 삭제하기도 한다. 이 질문 때문에 많은 관계자들이 인터뷰를 꺼렸다. 어렵게 답해 준 관계자 B는 "실제로 검색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사에서 매일 수십~수백 번씩 고민하게 되는 일이다. '검블유'가 포털 회사의 현실을 잘 반영했다는 느낌을 받는 지점이기도 하다. 다만 풀어 가는 방식은 드라마기 때문에 극적인 요소가 많이 더해진 것은 사실이다"고 두루뭉술하게 답변했다. 다른 관계자 A는 '노코멘트'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