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열 KIA 퓨처스팀 전력분석 코치(왼쪽)와 정해영. 사진=KIA 제공 정회열(51) KIA 퓨처스팀 전력분석코치는 지난 1일 경기를 보러 이동하는 중에 휴대전화 벨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둘째 아들 정해영(18·광주제일고)의 2020년 KIA 1차 지명을 축하하는 연락이었다. 정 코치는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때도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최근에는 이렇게 많은 받은 적이 없다"며 웃었다.
KIA는 1일 2020년 신인 1차 지명 선수로 우완 투수 정해영을 지명했다. 이로써 정회열·정해영 부자는 KIA에 함께 몸담게 됐다. 특히 1차 지명을 소수로 제한한 1986년 이후 처음으로 같은 팀에 1차 지명된 아버지와 아들로 기록됐다. 한국 프로야구는 1985년 신인까지 각 구단 연고지의 고교 출신 선수를 무제한으로 뽑았는데, 정회열 코치는 1990년 KIA의 전신인 해태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정 코치는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정 코치는 현재 KIA에 몸담고 있지만, 정해영의 1차 지명에 대해선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한다. KIA는 광주제일고 외야수 박시원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심했고, 지난해처럼 10개 구단과 선수들이 한곳에 모인 1차 지명 행사를 특별히 개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코치는 2012년부터 KIA에서 스카우트팀장-2군 감독-1군 수석 코치 등으로 고향팀 유니폼을 계속 입고 있다. 당시 정해영은 야구 꿈나무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아버지의 유니폼 입은 모습을 본 정해영은 KIA 선수로 야구 인생을 꿈꿨다. 정 코치는 "해영이가 어릴 적부터 '나는 KIA 선수다'라고 생각했다. KIA에서 선수 생활을 당연하게 여기며, 자부심도 상당했다"고 귀띔했다.
다만 "나도 1차 지명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만 (부자 1차 지명에 대해) 안 좋은 시선으로 보일까 걱정된다. 결국 선수 본인이 이겨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해영은 광주제일고 2학년(4승·평균자책점 1.55) 때부터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고, 황금사자기 우수투수상도 수상했다. 올해는 총 10경기에 등판해 45⅓이닝 동안 탈삼진 40개를 기록하며 2승2패·평균자책점 2.00을 올렸다. 지난해는 제12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멤버로 대표팀 우승에 기여했다.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는 2019 KIA 1차 지명 김기훈(광주동성고)과 주말 리그 선발 맞대결에서 8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는 역투를 펼쳤다. 지금까지 고교 무대에서 피홈런은 1개도 없다.
다만 KIA는 정해영의 구속 저하로 외야수 박시원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1차 지명에서 투수 지명이 강세였듯, 올해 역시 10개 구단 중 키움을 제외한 9개 구단이 1차 지명 포지션으로 투수를 선택했다. 구단은 정해영에 대해 "189cm, 92㎏의 뛰어난 신체 조건에 투구 밸런스가 좋고, 안정된 제구력을 갖춘 투수다. 부드러운 투구 폼으로 공을 편하게 던지면서 좌우를 넓게 활용하는 제구력이 장점이다"라며 "입단 이후 체계적인 지도를 받는다면 기량 발전이 빠를 것으로 내다본다"고 밝혔다. 정 코치는 "정해영이 최근 최고 구속 144km까지 회복했다"며 한동안 가졌던 걱정을 다소 내려놓았다.
포수 출신인 정 코치가 아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볼넷은 절대 주지 마라" "지금은 맞아도 되니까 도망가지 마라" "팀을 위해 희생하라"는 얘기다. TV 중계로 아들의 투구 영상을 본 그는 "고교 무대에서 피홈런이 아직 없다. 구속보다 공끝이 좀 더 있는 것 같고, 보이지 않는 승부 근성도 있는 것 같다. 또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이다"라고 평가했다.
정 코치는 "앞으로 청룡기-대통령배 대회도 있고, 국제 대회도 열린다"며 "9월부터는 보강 운동으로 체력을 키웠으면 한다. 내년에 힘을 좀 더 붙여 바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