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을 달궜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뿐 아니라 수입차 브랜드까지 SUV 신차를 잇따라 내놓으면서다. 지난해 중형 SUV를 중심으로 치열한 점유율 확보 싸움이 벌어졌다면, 올해는 판세가 달라졌다.
대형 및 소형 SUV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신차도 소형과 대형에 집중되고 있다.
작은 차, 큰 장 열린다…1000만원대 소형 SUV 봇물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주무기로 한 SUV 신차가 쏟아진다.
특히 1000만원대 가격을 앞세운 소형 SUV가 대거 출시되면서 이 시장 내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당장 현대차가 11일 SUV 신차 '베뉴'를 공식 출시한다. 1.6 가솔린 모델 3가지 트림으로 출시되는 베뉴 가격은 1473만~2141만원으로 책정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베뉴는 기존 소형 SUV 모델로 선보였던 코나보다 작은 차체의 엔트리급 SUV"라며 "최근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1인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베뉴는 고객 맞춤형 사양을 통해 반려동물·오토캠핑 등 개인의 삶에 최적화된 차량을 완성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기아차도 오는 18일 소형 SUV '셀토스'를 출시하고 신차 경쟁에 가세한다.
기존 소형 SUV 모델로 선보였던 스토닉 대비 한 단계 커진 모델이지만 가격은 1000만원대부터 시작된다.
셀토스의 1.6 터보 가솔린 모델의 가격은 1930만~1960만원으로 책정됐으며, 최고 사양의 경우 2480만원에 판매된다. 향후 기아차는 1.6 디젤 모델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셀토스는 동급 최고 수준의 2열 및 수납공간을 확보해 공간 경쟁력이 뛰어난 차량"이라며 "터보 엔진을 바탕으로 한 동급 최고 수준의 주행 성능과 '생애 첫 차' 고객이 많은 소형 SUV의 특성을 고려해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을 대거 탑재한 점 등도 강점"이라고 했다.
[쌍용차 베리 뉴 티볼리]
앞서 쌍용차는 지난달 4년 만에 부분 변경한 '베리 뉴 티볼리' 판매를 시작하며 하반기 소형 SUV 시장 경쟁의 시작을 알린 바 있다.
신형 티볼리 가솔린 모델 가격은 1678만~2355만원으로 책정됐다. 1.5L 터보 가솔린 엔진이 쌍용차 최초로 적용된 신형 티볼리는 최고 출력 163마력과 최대 토크 26.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아울러 후측방접근충돌방지보조(RCTAi)와 탑승객하차보조(EAF) 등 기능이 동급 최초로 적용돼 가성비 높은 모델로 평가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SUV에 다양한 차량이 등장하며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고 차종의 다양화는 소비자들의 유입을 늘렸다"며 "신차종의 등장으로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춘추전국시대 대형 SUV…국산·수입 총출동
올 하반기 대형 SUV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상반기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높은 가성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게 기폭제가 됐다. 팰리세이드에 자극받은 국내외 브랜드들의 간판급 대형 SUV들이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가장 먼저 한국GM이 오는 9월 트래버스를 국내에 상륙시켜 팰리세이드 추격전에 나선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중형 SUV 이쿼녹스와 중·대형으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으로 판매 강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내부적으로는 경쟁 모델을 포드 익스플로러로 설정했지만, 가격 경쟁에서는 팰리세이드와 접전이 예상된다.
같은 시기 '콜로라도'도 들여와 픽업트럭 시장 확대에도 공을 들인다.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첫 SUV인 GV80을 오는 4분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10월부터 본격 양산되는 GV80은 고급화 전략으로 가격 면에서도 차별성을 부각시킬 전망이다. 3분기에는 기아차가 신차급 부분 변경 모델인 모하비를 선보여 경쟁 대열에 뛰어든다. 전반적인 외관 변화로 강인한 이미지가 강화돼 출시 전부터 대형 SUV 마니아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수입차들도 대형 SUV 경쟁에 뛰어든다.
수입 대형 SUV로 인기를 끌었던 미국 포드가 익스플로러의 풀 체인지(완전 변경) 모델을 선보인다. 포드는 기존 베스트 셀링카인 익스플로러가 신차 출시 예고와 현대차 팰리세이드 출시로 판매 부진을 겪었지만, 새 모델 출시로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벤츠는 올 하반기 준대형 SUV '더 뉴 GLE'와 중형 SUV '더 뉴 G클래스'를 국내 선보인다. 더 뉴 GLE는 E액티브 보디 컨트롤 기술이 세계 최초로 적용된 모델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시스템 등 한층 향상된 주행 보조 기술을 지원한다.
오프로드에 특화된 더 뉴 G클래스에는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 AMG와 협업으로 개발된 새로운 독립식 서스펜션이 탑재됐다.
BMW의 뉴 X6, 폭스바겐 3세대 투아렉 등도 하반기 대형 SUV의 신차 출시 대열에 합류한다.
SUV에 빠진 한국
업계에서는 잇따른 신차 출시 배경으로 최근 두드러진 SUV 판매 증가를 꼽는다.
국내에서 2000년대 들어 조금씩 인기를 끈 SUV는 올 상반기 판매량에서 세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 상반기 팔린 차 2대 중 1대가 SUV였다.
SUV가 잘 팔리는 이유는 기술의 발전으로 연비와 승차감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SUV는 그동안 넓은 실내 공간과 적재 공간을 갖췄다는 장점에도 차량이 무겁고 차고가 높아 연비가 떨어지고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모노코크 보디’를 SUV에 적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모노코크 보디는 항공기 구조에 적용되던 방식으로 공간 확보가 유리하고 무게가 가벼워 연비가 좋은 장점을 갖는다.
다만 상대적으로 강성이 떨어져 험로 주행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자동차 업계는 '도심형 SUV'라는 이름을 붙여 만회했다.
완성차 업체는 모노코크 보디로 SUV의 단점인 연비 저하를 개선하고 세단에 비해 큰 차체를 장점으로 삼아 넓은 실내 공간과 적재 공간을 만들어 냈다.
여기에 엔진 기술도 발달하면서 같은 차급이라 해도 덩치가 큰 SUV를 끄는 데 무리가 없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에서 SUV 인기가 높아지며 세단 못지 않은 주행 성능과 편의 사양을 갖추기 시작했다”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도 SUV 중심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