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왼손 투수 오주원(34)은 요즘 팀의 확실한 필승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방수 역할 한 달 만에 '철벽 마무리'라는 수식어를 얻어도 이상할 게 없는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시즌 중반까지는 불펜에서 마당쇠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임 소방수 조상우가 부상으로 이탈한 지난달 중순부터 자연스럽게 대체 마무리 투수로 투입됐다. 결과는 대성공. 지난달 11일 NC전에 처음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첫 세이브를 올리면서 믿음을 보여 줬다. 이후 지난 13일까지 14경기에서 1승·무패 12세이브를 쌓아 올렸다. 단 한 경기도 실점하지 않았으니, 이 기간 평균자책점은 '0'이다.
특히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 동안 3경기에서 1이닝씩 무실점으로 막고 모두 세이브를 올렸다. 오주원의 활약 속에 키움은 6경기에서 4승을 따내면서 2위 두산을 턱밑까지 바짝 쫓았다. 지난 12일 인천 SK전에서 승리하면서 2016년 4월 13일 이후 1185일 만에 단독 2위에 올라섰다.
비록 다음 날 하루 만에 다시 2위 자리를 두산에 내주긴 했지만, 키움으로는 의미 있는 발자취였다. 대체 소방수 오주원이 기대 이상의 공헌을 세웠기에 가능한 결과기도 했다.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이 7월 첫째 주 주간 MVP로 오주원을 선정한 이유다.
오주원은 "의미 있는 MVP로 뽑혀서 감사하고 기쁘다. 7월 첫째 주뿐 아니라 한 달 동안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일단 대체 마무리 투수긴 하지만, 맡은 보직을 잘 수행하면서 좋은 성적으로 팀에 보탬이 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오주원은 2004년 현대 유니폼을 입고 데뷔해 그해 신인왕까지 거머쥔 16년 차 베테랑 투수다. 얼떨결에 마무리 투수라는 중책을 맡았는 데도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주어진 임무를 해내고 있다. 오랜 기간 몸담아 온 팀과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이 새로운 전성기를 열고 있는 비결이다.
그는 "(지금의 상황에)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담을 느끼기보다 그동안 경험을 살려 편하게 임하려고 노력한다"며 "후배 투수들이 정말 잘해 주고 있지 않나. 나 또한 상우가 돌아올 때까지 이 자리를 잘 지켜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더 이상 긴 호흡의 목표를 세우기엔 부담스러운 위치. 프로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오주원은 이제 그저 '팀'을 이야기한다. 그는 "내 개인 성적은 지금 잘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내 개인의 목표보다 팀의 목표, 즉 우승이 나와 동료들의 최고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팀 안팎으로 여러 평지풍파를 겪으면서도 키움은 늘 '야구 잘하는 구단'이었다. 그 팀의 역사를 함께해 온 오주원은 그런 소속팀의 저력을 믿는다. 그는 "모든 선수들이 잘해 주고 있기 때문에 우승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고참으로 팀원들과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긍정적 결과가 나오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