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물놀이는 찰떡궁합이다. 여름날의 열기는 씻어 내고 특별한 재미까지 더할 물놀이 장소로 바닷가만큼 만족스러운 곳이 없다. 여름의 강렬한 햇빛이 반사되는 새하얀 모래벌판과 빨려 들어갈 듯한 짙게 푸르른 동해 바다도 있고, 질펀한 갯벌이 펼쳐지는 색다른 재미의 서해 바다도 있다.
그저 바다에 뛰어들어 즐기는 방법도 있지만, 요즘은 바닷가 어촌 마을에서 다양한 체험들도 할 수 있으니 아이와 함께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한국관광공사가 휴가철 7월을 맞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어촌 체험 마을’을 소개한다.
해녀 체험하고 해녀밥상 받고, 울산 주전어촌체험마을
울산 동구에 있는 주전어촌체험마을은 파도 소리가 아름다운 몽돌해변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유일하게 운용되는 해녀 체험이다.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마을 해녀들에게 물질을 배우고, 얕은 앞바다에서 전복과 해삼·소라·멍게 등 싱싱한 수산물을 직접 채취해 볼 수 있다. 마을의 청정한 바닷속 구경은 덤이다. 높이가 무릎 남짓한 바다를 돌로 빙 둘러 막아 놓은 맨손잡이체험장에서 소라와 고둥을 줍는 맨손잡이 체험은 유치원 아이도 재미나게 즐길 수 있다. 미리 뿌려 놓은 주먹만 한 소라를 줍는 것도 즐겁지만, 안전한 바다에서 하는 물놀이도 신난다. 맨손잡이체험장이 위치한 주전 해안 일대는 기묘한 갯바위가 빼어난 경관을 연출한다. 덕분에 2014년에는 ‘대한민국경관대상’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소라와 고둥을 줍다가 고개를 들면 눈길 닿는 곳이 모두 그림이다. 맨손잡이체험장 옆에 세워진 성지방돌 조형물은 지금은 사라진 주전마을 제당을 기념해 만들었다. 원래 주전마을에는 마을 제사를 모시는 제당이 10곳이나 있었단다. 2005년 마을 회의에서 모든 제당의 위패를 새로 지은 경로당 2층에 모시고 제당은 없애기로 결정했다. 흩어진 제당마다 동제를 지내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옛 제당을 닮은 성지방돌 조형물을 세운 것이다.
주전어촌체험마을에선 해녀 체험과 맨손잡이 체험 말고도 어선을 타고 바다를 누비는 어선 승선 체험·투명 카누 체험·바다낚시 체험·스킨스쿠버 체험 등 어촌에서 즐기는 거의 모든 바다 체험이 가능하다. 반농·반어촌의 장점을 활용한 감자·고구마 캐기, 뭐든 제 손으로 조물조물 만들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미역떡 만들기·비누 만들기·도자기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도 있다. 모든 체험은 10명 이상이어야 가능하며, 예약이 필수다. 맨손잡이 체험으로 물놀이가 부족하다면 몽돌해변에서 놀아도 좋다. 모래 대신 작고 까만 몽돌이 가득한 해변에서 즐기는 물놀이는 색다른 경험이다. 몽돌해변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는 ‘울산 동구 소리9경’ 가운데 하나다. 각종 체험과 물놀이를 즐기느라 출출해졌다면 맛있는 해녀밥상을 받아 보자. 마을 해녀들이 직접 잡은 싱싱한 해산물이 한 상 가득 나오는데, 밥상에 오른 재료마다 곁들여지는 설명이 입맛을 돋운다.
저녁에는 야시장도 펼쳐지니 포장마차 먹거리들을 즐길 수 있다. 중구에 자리한 울산큰애기야시장은 울산 최초의 상설 야시장이다. 울산 최대 시장인 중앙전통시장이 매일 오후 7시부터 울산큰애기야시장으로 변신한다. ‘야한오빠큐브스테이크’ ‘인생똥집’ 같은 재미난 간판을 단 특색 있는 먹거리 포장마차가 손님을 끈다. 성남동 젊음의거리와 연결돼 밤이면 출출해진 청춘들이 주로 찾는다. 화~목요일은 자정까지, 금~일요일은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은 쉰다.
청정 갯벌에서 즐기는 개막이 체험, 장흥 신리어촌체험마을
물놀이와 함께 특별한 고기잡이 체험도 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일 것이다. 전남 장흥군 대덕읍 신리어촌체험마을에서는 여름마다 개막이 체험 행사가 열린다. 드넓은 갯벌에서 펄떡이는 물고기를 잡아 보는 절호의 기회다. 개막이는 바다에 그물을 쳐 놓고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를 썰물 때 갇히게 해서 잡는 전통 어업 방식이다. 자연에 순응하면서도 슬기롭게 살아온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개막이가 표준어지만, 사투리 ‘개매기’가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여름이 다가오면 신리어촌계에서는 행사를 위해 갯벌에 대나무 수십 개를 꽂고 그물을 걸어 놓는다. 방식은 단순하지만, 조차가 큰 바다에서나 가능하다. 그래서 다른 체험 프로그램과 달리 개막이 체험은 물때 확인이 중요하다. 물이 들어왔다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행사장에 너무 일찍 도착하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물고기를 인위적으로 풀어서 잡는 게 아니라 자연현상을 이용한 체험이다 보니, 어느 정도 기다림은 감수해야 한다.
물이 서서히 빠지면 본격적으로 개막이 체험을 시작한다. 갯벌에는 그물에 막혀 바다로 나가지 못한 물고기들이 펄떡펄떡 뛰면서 사투를 벌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때를 놓치지 않고 싱싱한 물고기를 잡는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물고기가 미끄럽고 힘이 세서, 잡아도 빠져나가기 십상이다. 몇 차례 허탕을 친 뒤에야 겨우 요령이 생긴다. 주로 잡히는 물고기는 숭어와 돔이다. 낙지와 게도 적지 않다. 물고기를 잡으려고 갯벌을 첨벙첨벙 뛰어다니면 온몸이 개흙 범벅이 된다. 옷도 피부도 까만색으로 변하지만, 얼굴은 환하게 빛난다. 물고기를 잡다가 힘들면 서로 얼굴에 개흙을 바르며 장난도 친다.
싱싱한 바닷고기를 잡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갯벌에서 마음껏 놀며 자연을 만끽하는 것이 개막이 체험의 큰 즐거움이다.
갯벌에서 이처럼 마음껏 놀 수 있는 이유는 개막이 체험 행사가 열리는 오성금 앞바다가 깨끗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바다를 깨끗하게 해 주는 식물인 잘피가 풍성하다. 신리어촌체험마을이 속한 장흥군은 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장흥 득량만은 중소벤처기업부가 2017년 청정해역 갯벌생태산업특구로 지정했으며, 한국관광공사가 우수 축제로 선정한 정남진 장흥 물축제는 1급수인 탐진강에서 펼쳐진다.
신리 앞바다에서 열리던 개막이 체험은 2015년부터 오성금으로 장소를 옮겼다. 오성금이라는 지명은 ‘금괴 5개가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금괴 5개가 있었는데 나무하러 간 사람이 금괴 1개를 주워 부자가 된 뒤, 나머지 4개를 찾기 위해 외부인의 출입이 빈번했다고 한다. 오성금 행사장은 축구장 6개 크기로, 신리 앞바다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어종이 풍부하고 고기가 많아 개막이 체험을 만끽할 수 있다. 개막이 체험에 꼭 필요한 준비물도 있다. 오성금 행사장은 다른 갯벌에 비해 깊어서 물장화를 신어야 한다. 물장화는 모내기할 때 신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장화로, 일반 장화를 신으면 입장이 불가능하다. 장갑과 갈아입을 옷, 어망, 잡은 고기를 담아 갈 통도 챙겨야 한다. 물장화와 장갑은 현장에서 판매한다. 개막이 체험 시 투망이나 어구 등을 사용할 수 없으며, 신나게 체험을 즐기다가 조차로 갇힐 위험이 있으니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