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러 가지 기록이 KBO 리그 전반기를 수놓았다. 누군가는 최초 기록을 새로 썼고, 반대로 누군가는 불명예 기록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KBO 리그가 전국 5개 구장에서 막을 올린 3월 23일, 총 11만4028명이 야구장을 찾아 역대 개막일 최다 관중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다음 날에는 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개막 이후 이틀 연속 10만 관중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화는 4월 7일 사직 롯데전에서 KBO 리그 역대 한 이닝 최다 득점·타점·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3회초 공격에서 총 13안타(2홈런)로 16점을 뽑아내 종전 한 이닝 최다 득점(13점)을 가볍게 돌파했다. 여기에 한 이닝 최다 타점(16점·종전 13타점) 한 이닝 최다 타석(20타석·종전 18타석) 신기록으로 롯데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지성준은 3회초 3번이나 출루에 성공해 한 이닝 최다 출루 신기록 보유자가 됐다.
5월 8일 대구 삼성-NC전에서는 근래 보기 드물었던 양 팀 선발투수의 완봉·완투 투수전이 펼쳐졌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9이닝 동안 단 99구만 던지면서 2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따냈다. NC 드류 루친스키는 8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완투패를 떠안았다. 양 팀 선발투수의 호투 속에 팽팽하게 전개된 이 게임은 올 시즌 최소 시간(2시간) 경기로 남았다.
평균자책점·다승·탈삼진·승률 1위에 빛나는 두산 조쉬 린드블럼은 뜻깊은 기록 하나를 작성하며 전반기를 마쳤다. 지난달 20일 잠실 NC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선발승을 올리면서 특정 구장 최다 연승 신기록을 세웠다. 2018년 5월 26일 삼성전부터 이날 경기까지 잠실구장 15연승이다. 종전까지는 롯데 주형광이 사직구장에서 기록한 14연승이 최다였다. 린드블럼은 지난 9일 잠실 LG전에서도 승리투수가 돼 현재 잠실구장 16연승의 기록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 7일 잠실 SK전 연장 12회말에 터진 오재일의 극적인 끝내기홈런과 함께 역대 최소 경기 400승(662경기·종전 류중일 감독 666경기)을 달성했다. 2015년 두산 사령탑에 오른 뒤 현재까지 감독 승률 0.607(404승262패4무)를 기록하고 있다.
LG와 롯데는 6월 12일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LG는 3-3으로 맞선 연장 10회말 2사 1·3루 오지환 타석에서 사상 최초로 '끝내기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폭투'로 이겼다. KBO 리그 역대 세 번째로 3연전 모두 연장전을 치른 가운데 LG가 시리즈를 싹쓸이했다. LG는 올 시즌에만 끝내기 폭투로 세 번이나 승리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반면 롯데는 불명예 기록의 장본인이 됐다.
감동적인 장면도 나왔다. LG 한선태는 KBO 리그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지난달 25일 잠실 SK전(1이닝 1피안타 무실점) 마운드에 올라 비(非)선수 출신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1군 경기에 나섰다. 이번 시즌 1군 6경기에 등판해 7⅓이닝 동안 6피안타 3실점으로 잘 적응하고 있다. 고교 졸업 이후에야 야구를 시작한 한선태는 사회인 야구와 독립리그를 거쳐 최초로 프로야구 무대까지 밟으면서 꿈과 희망을 던졌다.
KIA 이범호의 은퇴도 많은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KIA는 구단 프랜차이즈 출신이 아닌 선수를 위해 처음으로 은퇴식을 열어 이범호를 예우했고, 프로 통산 2000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배려했다. 그가 은퇴 경기를 치른 13일 광주 한화전에는 올 시즌 두 번째로 2만500명의 관중이 꽉 들어차 이범호의 마지막 모습을 함께했다. 눈물 속에 10분간 고별 인사를 전한 이범호는 부상으로 고전 중인 투수 윤석민을 언급하는 등 마지막까지 후배들을 생각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