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최고의 매치업이었던 남자 자유형 400m가 쑨양(28·중국)의 사상 첫 대회 4연패로 끝났다. 그의 경쟁자로 손꼽힌 맥 호튼(23·호주)을 0.73초 차로 제치고 거둔 승리였다. 그러나 경기는 끝났어도 그들의 장외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쑨양은 2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44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어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호주의 맥 호튼(3분43초17) 3위는 이탈리아의 가브리엘레 데티(3분43초23)가 가져갔다.
이날 쑨양이 목에 건 금메달은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꽃'이라 불리는 경영 종목에서 나온 첫 번째 금메달이다. 쑨양은 이 금메달로 역사에 남을 기록적인 4연패를 달성했다. 쑨양은 201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4회 연속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쑨양이 최초다.
결승전에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은 쑨양은 전광판을 확인한 뒤 손바닥으로 수면을 내리치며 포효했다. 쑨양의 포효에 관중석을 붉은 물결로 물들인 중국 관중들도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성을 내질렀다. 흡사 이것으로 '도핑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듯 자신감 넘치는 포효였다.
하지만 경기 후 시상식에서 호튼은 쑨양의 금메달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시상대에 올라서길 거부하고 뒤에 물러선 채 시상식을 마쳤고, 메달리스트들간의 의례적인 행사인 기념 촬영도 거부했다. 중국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고, 쑨양도 이런 호튼의 행동에 대해 공식 기자회견에서 "(호튼이)나 개인에 대해 불만을 표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시상대는 나라를 대표해 서는 것"이라며 "나를 무시하는 건 몰라도 중국은 존중해야 한다"고 호튼의 행동에 대한 분노를 내비쳤다.
쑨양이 호튼과 이렇게 앙숙이 된 건 쉴 새 없이 불거지는 그의 도핑 논란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맞대결에는 쑨양의 사상 첫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 4연패 외에도 '도핑 논란'을 둘러싼 그와 호튼의 자존심이 걸려있었다.
쑨양은 2014년 5월 중국반도핑기구(CHINADA)의 도핑 검사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타나 3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으며,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러나 쑨양의 도핑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도핑테스트 회피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9월 도핑검사 샘플을 채집하기 위해 자택을 방문한 국제 도핑시험관리(IDTM) 직원들의 활동을 방해한 사실이 알려졌고, 국제수영연맹(FINA)이 경고라는 경징계를 내리자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FINA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재판이 미뤄져 쑨양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이처럼 도핑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쑨양을 꾸준히 비판해 온 선수가 바로 호튼이다. 호튼은 쑨양에 대해 "그는 라이벌이 아닌 금지약물 복용자"라고 수 차례 강조하며 쑨양의 도핑 논란을 끊임없이 환기시켰다. 이날 경기 후 쑨양과 대결에서 패한 감정을 묻는 질문에도 "불만스럽다. 어떤 점에서 그런지 다들 잘 알 것"이라며 자신의 태도를 고수했다.
하지만 쑨양은 자신을 향한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쑨양은 "이 종목 4연패는 역사적인 일이다. 중국 수영 선수가 이 정도로 좋은 성적은 낸 적이 없다"며 "나도 실패를 했고, 실패를 딛고 꾸준한 성적을 올리기까지 여러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노력했다. 내가 이룬 성과의 요인을 알고 싶다면,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직접 와서 보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도핑이라는 꼬리표를 의식한 듯한 발언이었다.
쑨양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목표로 했던 자유형 400m 4연패를 달성하며 세계 수영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그는 "아무도 이루지 못한 역사를 써서 기쁘다. 그러나 내 목표는 2020 도쿄올림픽"이라며 내년 도쿄에서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을 노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물론, 그전에 CAS가 유죄 판결을 내릴 경우 쑨양의 올림픽 도전은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분명한 건, 사상 첫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4연패라는 업적도 쑨양과 호튼의 '장외 전쟁'을 끝낼 수는 없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