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상(이수진 감독)'이 지난 11일 개막한 제23회 판타지아국제영화제(Fantasia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서 '최고작품상'과 '최고배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우상'은 올해 판타지아국제영화제 슈발 느와르(Cheval Noir)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돼 해외 영화인 및 관객들과 만났다. 그 결과 최고작품상을 비롯해 설경구와 한석규가 최고배우상을 공동 수상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판타지아국제영화제를 사로잡은 '우상'의 영예는 설경구의 최고배우상 수상 소식을 통해 알려졌다. 이날 오전 설경구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측은 설경구의 수상과 더불어 '우상'과 한석규의 수상 소식도 함께 전하며 기쁨을 표했다.
지난 3월 국내에서 개봉한 '우상'은 상업영화로서 흥행에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개봉 전 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Berlin International Film Festival)를 파노라마 섹션 초청을 비롯해 판타지아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들에 연이어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오는 10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장르 영화제로 주목받는 52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SITGES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뉴 비전 경쟁부문에도 초청됐다는 후문이다.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 구명회(한석규)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유중식(설경구),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련화(천우희)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명예와 핏줄,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극중 설경구는 세상의 전부인 아들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잃고 처절하게 사고의 진실을 파헤치는 유중식 역을 맡아 광기 넘치는 소화력을 보였다. 애절한 부성애를 밀도 높은 연기력으로 표현해 영화 전체의 몰입도를 높였고, 속을 알 수 없는 유약한 표정, 숨통을 조일 듯한 날카로운 눈빛을 시종일관 내비치며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한석규는 신망받는 차기 도지사 후보이지만 아들의 뺑소니 사고 후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 구명회를 연기했다. 명예와 권력이라는 우상을 좇지만, 모두의 우상이 되고 싶었던 구명회는 한석규로 인해 돋보일 수 있었다. 한석규는 인자한 웃음 뒤 가늠할 수 없는 속내를 감추고 있고, 모두에게 친절하지만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선 순식간에 돌변하는 구명회의 야누스적인 얼굴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판타지아 국제영화제는 영화 속 은유와 상징을 퍼즐 풀어가 듯 보는 재미가 상당한 '우상', 그리고 '우상'을 완성한 두 배우 설경구·한석규에게 값진 트로피를 안기며 장르 영화 발전에 기여한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판타지아국제영화제는 지난 1996년 시작돼 올해로 23회째를 맞이한 북미 최대 규모의 장르 영화제다. 매년 다수의 장르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최근 아시아 장르 영화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위기다. 11일 개막해 내달 1일까지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