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한국이 일본차 3만여 대를 들여올 동안 일본은 한국차를 단 30여 대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일본차 수입액은 6억2324만 달러(약 7382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억9380만 달러(약 5849억원)보다 26.2% 올랐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2015년 연간 수입액 6억5476만 달러(약 7755억원)에 육박한다.
일본차 수입 물량도 2015년 4만1518대에서 2018년 5만8503대로 3년 만에 40.9%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수입 물량은 2만9453대로 지난해 상반기(2만4125대)보다 22.1% 증가했다. 이 역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일본차 수입 단가는 대당 2만1161달러(2506만원)로 1년 전보다 3.4% 높아졌다.
올해 일본차 약진은 다른 수입차와 비교하면 더욱 돋보인다. 상반기 전체 자동차 수입 대수는 14만390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0% 줄었다.
미국차가 1.0%, 스웨덴차가 25.0% 늘었지만 독일차는 -36.2%, 영국차 -11.1%, 이탈리아차 -23.7% 등을 나타냈다.
반면 일본차 점유율은 지난해 연간 17.4%에서 올해 상반기 21.5%로 급상승했다. 브랜드별로 렉서스가 5.1%에서 7.7%로, 혼다는 3.1%에서 5.2%로 올랐다. 그 밖에 도요타 5.8%, 닛산 1.8%, 인피니티 1.0%다.
일본차의 급성장은 주력 모델 하이브리드차(HEV)로, 최근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배출 가스 조작과 잇단 차량 화재로 아우디·폭스바겐과 BMW의 디젤 차량이 신뢰를 잃은 사태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반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차의 일본 수출량은 고작 32대에 그쳤다. 그마저 승용차보다 대부분 트럭·버스 등 상용차만 팔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일본차 시장은 수입 브랜드가 뚫고 들어가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01년부터 일본에서 승용차 판매를 시작했다가 2010년 초 중단했다. 판매 부진 때문이다. 이후 현재 ‘유니버스’라는 브랜드로 상용차 사업부만 일본에 남아 명맥을 이어 가는 수준이다.
판매 불균형이 심하다 보니 무역 수지도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해 일본 자동차 수입액은 1조4238억원에 달하지만, 한국에서 수출한 금액은 46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일본과 자동차 교역에서 1조4192억원의 적자를 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차 업체들은 올 하반기 국내시장에서 몸을 잔뜩 낮추고 있다. 이달 일본 정부의 전격적인 수출 규제 조치로 국내 반도체 등 주력 사업이 큰 영향을 받은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의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의류·주류 등 여러 업종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닛산의 경우 이달 6년 만에 6세대 알티마 풀체인지(완전 변경) 모델을 내놓았지만 관련 행사를 취소했다. 도요타 등 다른 일본차 브랜드도 이달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는 등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