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이 '프로듀스X101'을 둘러싼 유료 투표 조작 논란을 수사기관에 의뢰했다. 논란이 불거진 이래 뒤늦은 해명 자료를 내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Mnet은 일주일 만에 경찰 조사를 자처했다.
"순위 변동 없다" 확신
CJ ENM 음악 커뮤니케이션팀은 지난 26일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에 적극 협조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며 논란에 사과했다. 그동안 "의혹을 알고 있지만 문제가 없다" "반복되는 득표 차이가 신기하지만 있는 그대로 점수라 할 말이 없다"면서 팬들의 합리적 의심을 무시해 왔던 Mnet의 180도 달라진 태도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까지 나서서 투표 조작설에 무게를 싣고, "청소년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 줄 수 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자 여론에 고개를 숙였다.
사건을 받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7일 곧장 내사에 착수하고 문제가 된 생방송 투표 집계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다. 앞서 Mnet이 밝힌 "X를 포함한 엑스원의 최종 순위는 이상이 없었으나 방송으로 발표된 개별 최종 득표 수를 집계 및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공식 입장이 사실인지, 어떤 부분에서 오류가 발생했고 데뷔 멤버에는 변동이 없는지 파악하는 것이 요점이다.
업계에선 이번 논란으로 엑스원 멤버 교체는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최종 톱10과 누적 투표 수 1위에 대한 일부 순위가 달라질 순 있어도 탈락한 연습생이 새롭게 엑스원에 합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CJ ENM으로도 시즌4까지 진행한 인기 오디션이 생방송 조작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멤버가 바뀌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무엇보다 엑스원은 데뷔를 향한 준비를 시작했다. 데뷔 과정을 자체 영상으로 담고 있으며, 네이버 V라이브 채널을 열고 팬들과 데뷔 소감을 나누고 리더를 뽑는 시간도 가졌다. 이 밖에 여러 콘텐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이기 때문에 엑스원 구성에 변동이 있다는 것은 CJ ENM 음악 사업 전반에 큰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 이에 CJ ENM이 이미 내부적으로 순위 변동이 없음을 확인하고 수사기관에 의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로데이터, 대중에겐 공개 못해"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프로듀스X101' 갤러리 측은 성명문을 내고 "Mnet에서 시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전반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데뷔한 엑스원 멤버들에게 향할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Mnet 측은 명확한 투표 수와 로데이터(원본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료로 이뤄진 투표인 데다가, 득표 차이가 2만9000표로 반복되는 믿기 어려운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팬들은 소비자로 명확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일종의 영업 비밀일 수 있는 로데이터를 공개할 경우 닥칠 후폭풍을 우려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문자 투표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생방송 상황에서 4분할·2분할 등 예능적 경쟁 구도를 만들기 위해선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하고 넘겨야 한다. 영상이 나가는 시점에도 투표 수가 시시각각 변하는데, 로데이터를 그대로 공개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자 위험일 수 있다"고 말했다.
YTN에 출연한 김태현 변호사는 "로데이터를 공개하면 풀리는 문제인데, Mnet 측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본인들에게 실수는 있었지만, 순위 변동에 크게 좌우된 게 아니라면, 일종의 영업 비밀인 로데이터를 공개하는 게 맞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만일 검찰에 고발돼 수사가 진행된다면 대중에게 공개를 안 하고 검찰에만 제출하는 방법도 있다. 검찰이 봤을 때 진짜 순위 조작이 없다고 하면 무혐의 처벌이 날 테니, 그렇게 해서 마무리 짓는 방법도 있다"고 전했다.
Mnet은 팬들이 꾸린 진상규명위원회가 먼저 소장을 접수하기 전에 사건을 수사기관에 넘겼다. 진상규명위원회는 28일 중 고소장 제출을 위해 팬들에게 받은 탄원서, 문자 투표 내역서, 고소인 동의서 등 서류를 취합해 변호사에게 전달할 예정이었다.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이번주 중 '프로듀스X101' 제작진을 사기·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고발할 예정이다.
엔터 분야 경험이 많은 또 다른 변호사는 "이번 사태로 Mnet의 신뢰가 하락하는 등 채널 운영 측면에서 큰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Mnet이 먼저 수사를 의뢰한 것을 볼 때 로데이터를 득표율로 환산하는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엑스원의 실질적 데뷔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구체적 혐의를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