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에 발생한 이른바 '호날두 노쇼' 사태의 불똥이 애꿎은 자동차 업계로 튀었다. 성난 팬들이 유벤투스 구단의 공식 스폰서인 '지프 불매' 운동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29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미국계 자동차 기업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프 브랜드는 전 세계 스폰서십의 일환으로 2012-13 시즌부터 유벤투스를 공식 후원하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때 유벤투스 선수들의 유니폼 한 가운데 'JEEP(지프)' 로고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이유다.
지프는 1996년 이후 23년 만에 열린 유벤투스의 이날 방한 경기를 맞아 국내 소비자를 겨냥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계획했다. 올 상반기 전년 대비 57.3%나 성장하는 등 호실적을 거둔 가운데 이날 경기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하반기 판매에 박차를 가한다는 심산이었다.
지프는 경기 2주 전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온라인 이벤트를 열고 지프 보유 고객은 물론 비보유 고객에게도 경기 관람 티켓 50장을 제공했다.
경기 당일에는 유벤투스의 엠버서더인 에드가 다비즈와 다비드 트레제게를 불러 '지프X유벤투스' 팬미팅을 열었다. [지프가 지난 26일 유벤투스팀 방한 친선경기 공식 의전차량으로 제공한 `지프 랭글러` 모델. 지프 제공]한국을 찾은 유벤투스 선수와 스태프를 위해서는 지프 로고와 유벤투스를 상징하는 비안코네리(흰색+검정색) 줄무늬가 새겨진 '랭글러' 모델을 투입했다.
경기 생중계 중간에는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지프 모델을 활용한 TV 광고도 내보냈다.
파블로 로쏘 FCA코리아 사장은 경기에 앞서 "지프와 유벤투스의 스폰서십은 모험을 마다하지 않고,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서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프의 노력은 한국 팬을 무시하는 듯한 유벤투스 구단과 호날두의 행동으로 인해 빛이 바랬다. 브랜드 이미지 강화는커녕 자칫 불똥이 튀진 않을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불안한 기운은 경기 시작 전부터 감지됐다. 유벤투스는 지각으로 한국 팬과의 경기 약속을 1시간이나 넘게 어겼다. 더욱이 호날두는 '45분 출전' 약속과 달리 경기장에 나서지 않았다. '노쇼'인 셈이다.
경기 이후 대응도 문제였다.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기자회견을 서둘러 마쳤다. 한국 취재진이 호날두의 출전 불발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자 유벤투스 언론 담당관은 비행기 시간 때문에 마지막이라고 설명했던 질문에 대한 답변마저 막아 섰다. 이미 충분히 답변했으며 비행기 시간에 맞추느라 빨리 경기장을 떠나야 한다는 이유였다.
사실상 호날두의 불참에 대한 질문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낸 것이다. 사리 감독 역시 기다린 팬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팬들의 분노가 커진 이유다.
급기야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유벤투스의 유니폼 스폰서인 지프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구단의 가장 큰 돈 줄 중 하나인 스폰서에 타격을 가해 구단의 사과를 이끌어 내자는 것이다. 지프는 매년 유벤투스에 2000만 달러(237억 원) 가량을 후원액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재 한 자동차 온라인 사이트에는 "유벤투스 때문에 스폰서인 지프도 보기 싫어졌다" "지프 불매운동 하자" 등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성난 한국 팬들의 반응에 지프는 이번 행사와 관련된 홍보 보도자료를 내지 않는 등 잔뜩 몸을 사리고 있다.
지프 관계자는 "솔직히 난감한 상황이다. 지프는 이번 경기의 스폰서가 아닌 구단의 스폰서로 별도의 마케팅을 진행했을 뿐"이라며 "경기가 엉망이 되면서 지프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우리도 피해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