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리그에서 타석당 홈런 1위는 의외의 선수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 이원석(33)이다.
이원석은 5일 현재 홈런 16개로 부문 공동 8위에 올라있다. 국내 선수 가운데는 최정(22개·SK) 박병호(19개·키움) 전준우(롯데)·이성열(한화·이상 18개)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타석당 홈런은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 중인 선수 가운데 단연 1위다. 이원석은 타석당 홈런 0.055개로, 홈런 1~2위 제이미 로맥(SK)과 최정의 타석당 홈런 0.051개 보다 더 많다. 타석당 홈런은 숫자가 높을수록 좋다. 이원석은 홈런 1개를 때리는데 18.19타석을, 로맥과 최정은 각각 19.48타석·19.69타석이 필요하다. 타석 대비 홈런만 놓고 보면 이원석이 가장 높다. 이원석은 부상으로 이번 시즌 33일 동안 1군에서 제외돼 홈런 10위 안에 포한된 선수 가운데 타석 수가 가장 적다.
이원석의 통산 기록을 보면 놀라운 수치다. 현재 홈런 10걸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장타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원석은 지난해까지 이에 포함되지 않는 중거리 타자 유형이었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도 프로 14년차이던 지난해 20홈런이 최다였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리그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KBO 리그는 그동안의 타고투저 흐름을 바꾸기 위해 올해부터 공인구 반발계수를 조정,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경기당 홈런이 2.35개(526경기 1236개)에서 1.43개(514경기 736개)로 급감했다. 이원석은 지난해 543타석을 소화하며 20홈런을 쏘아 올렸는데 올해에는 291타석에서 16홈런을 기록 중이다. 타석 수를 감안하면 지난해보다 훨씬 더 많은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그 역시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웃으며 "홈런을 의식해서 타격하진 않는다. 이어 "확실히 타구가 예전보다 잘 안 나간다. 단지 공을 정확히 맞춰야 내가 가진 힘을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을 신경쓰고 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원석은 홈런포는 후반기에 더욱 돋보인다. 7월 26일 한화전부터 4일 LG전까지 최근 8경기에서 홈런 5개를 기록했다. 그는 "딱히 타격 스타일에 변화를 준 건 없다. 원래 공격적으로 치는 스타일인데 올스타 휴식기 전에는 성적(타율 0.265 11홈런 43타점)이 안 좋다 보니 소극적으로 임했더라. 타격하기 좋은 공이 들어와도 방망이도 못 돌리곤 했다"라며 "후반기에는 '죽더라도 후회 없이 초구부터 과감하게 스윙하자'고 다짐했다"고 달라진 자세를 설명했다.
이원석은 장타력 부문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자리매김했다. 그는 "올해 개막 전에 홈런 20개를 넘게 치고 싶었는데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이탈해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20홈런의 욕심은 없지만 후반기에 몇 개 몰아 나오다 보니 20홈런을 넘겼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뜨거운 타격감을 반영하듯 이원석은 3~4일 LG전 2경기 연속 4번 타자로 출장했다. 외국인 타자 2명을 운영 중인 삼성은 다린 러프가 3번, 맥 윌리엄슨이 5번에 포진했다. 이원석은 "어차피 5번 타순에 나설 때도 러프가 앞 타자, 윌리엄슨이 뒤 타자였다. 그래서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라며 "다만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설정하고 타석에서 좀 더 크게 치려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