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석했지만 떠들석하지 않다. 조용히 묵묵히, 언제나 그랬듯 다시 제 할 일에 매진하고 있는 류승룡이다.
올 초 '극한직업(이병헌 감독)'을 통해 코미디 영화의 새 역사를 쓰며 기적의 1600만 메가 히트 흥행을 일궈낸 류승룡이 차분히 다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 바탕엔 '의리'와 '보은'이 있다.
류승룡은 '극한직업' 차기작으로 애초 정해져 있던 넷플릭스 '킹덤2' 외 '입술은 안돼요(가제·조은지 감독)'와 '인생은 아름다워(최국희 감독)' 출연을 결정짓고 쉼없는 활동을 예고했다. '극한직업'으로 재기에 성공, 류승룡 본연의 능력치와 흥행성을 다시 입증시킨 만큼 일각에서는 차기작의 스케일이 꽤 클 것으로 예상했지만 류승룡은 정반대의 선택으로 두 발은 앞선 필모그래피를 완성했다.
'입술은 안돼요' '인생은 아름다워' 모두 몇 백억이 투자되는 대작이 아닌,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스토리와 영화적 매력이 강한 작품으로 류승룡 선택의 이유와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동시에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물량공세를 펼쳐도 안 될 영화는 안 된다. 결국 관객과 소통의 힘은 영화의 힘 그 자체에 있다. 다시금 선택의 폭이 확연히 넓어진 시기 류승룡이 콕 짚어낸 두 편의 영화가 그 선택만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입술은 안돼요'는 7년째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현 앞에 천재 작가지망생 유진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극이다. 류승룡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배우 조은지의 장편 연출 데뷔작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나리오가 잘 빠졌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한 것이겠지만, 더 나아가 류승룡은 '후배의 첫 걸음'에 도움이 되고자 큰 힘을 보탰다. 의리와 진심이 한 눈에 보인다.
물론 배우로서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학창시절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기상천외한 생일 선물을 요구한 아내와 어쩔수 없이 함께 길을 떠나게 된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즐기는 명곡 레퍼토리를 뮤지컬 형식으로 펼쳐낼 예정이라 기대감이 상당하다. 극중 류승룡은 동사무소 쌈닭으로 통하며 좀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무뚝뚝하고 성질 급한 남편 강진봉을 연기한다.
특히 류승룡은 주연작도 주연작이지만 '특별출연'으로 의리를 다지며 제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 특별출연과 함께 현재 준비 중인 타 영화의 특별출연도 내정돼 있다.
한 관계자는 "특별출연의 묘미는 깜짝 등장이다. 영화의 재미를 위해 최대한 감추려 할 것이다"며 "바쁜 스케줄 속 쏟아지는 다양한 요청에 웬만하면 거절보다는 승낙의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고 있는 것 같더라"고 귀띔했다.
'오형제'가 된 '극한직업' 배우들과도 꾸준히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 류승룡 포함 '극한직업' 배우들은 MBC '놀면 뭐하니?' 릴레이 카메라를 이어받은 이동휘의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 또한 깜짝 선물이다.
'희극지왕의 귀환. 4000만 배우의 영예'라는 타이틀도 멋스럽지만, 인터뷰에서 여러 번 강조했던 것처럼 '일희일비 하지 않는' 자세와 행보는 더욱 멋스럽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여곡절의 시간이 약이 됐다. 배우 류승룡이 갖춘 진가에 류승룡도 함께 발맞춰 나가고 있다. 진정한 충무로의 선배로 누구보다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더욱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