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영광(32)은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왔다. 도전과 노력을 결국 빛나는 금빛 트로피로 돌려받았다.
지난 5월 열린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신인상을 수상한 김영광. 영화 ’너의 결혼식(이석근 감독)’에서 첫사랑과 우연 같은 필연으로 얽히는 남자 우연 역할을 맡아 열연, 호평을 받으며 생애 첫 영화 신인상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이 영화에서 코믹 연기와 진지한 연기 모두 합격점을 받으며 한 편의 멜로 영화를 끌고 나갔다. 그간 유독 선배들과 많은 호흡을 맞춰왔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박보영과 함께 진두지휘에 나섰다. 데뷔 13년차인 그에게 ’너의 결혼식’이라는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누군가는 그를 향해 별다른 노력 없이 여기까지 왔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2006년 서울컬렉션 모델로 데뷔해 2007년부터 뮤직비디오에서 연기를 선보였다. 2008년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해 서서히 배우로 전향, 주연배우 자리까지 올라섰다. 무명 생활을 거의 거치지 않은 셈. 알고 보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김영광은 성실히 달렸다. 수면 아래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백조의 발처럼 쉬지 않고 연기했다. 노력은 배신하는 법이 없기에, ’김영광을 다시 보게 됐다’는 관객은 점차 늘어났다.
영화의 성공 이후 김영광은 곧바로 SBS 드라마 ’초면에 사랑합니다’ 촬영에 돌입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다른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주인공과 차별화에 성공, 김영광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많은 아이돌, 20대 초반 후배들과 같이 ’멍뭉미 배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초면에 사랑합니다’가 끝나기도 전에 새 영화 ’미션 파서블’ 출연을 마음 먹고 액션 연기를 준비했다. 그 사이 제대로 휴가도 가지 못했다. "쉰다고 연기가 늘지는 않는다"는 평소의 생각 때문이다.
-전형적인 실장님 캐릭터에서 어떤 차별화를 꾀했나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전형적인, 차갑고 냉철하고,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는 본부장 역할이었어요. 제가 그 설정을 다 지워버렸어요. 저와는 그런 설정이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았어요. 조금은 안타깝고, 허당이고, 잘하는 것 같은데 어리숙한, 미완성인 느낌이 드는 인물이었으면 했어요. 그래야 여주인공인 비서의 영향을 많이 받는 모습이 극대화돼 보일 것 같았죠. 감독님에게 상의했어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오케이’ 해주셔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진기주 씨와도 이야기를 많이 해서 캐릭터를 잡아갔어요."
-큰 노력 끝에 탄생한 김영광만의 왕자님 캐릭터네요. "걱정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이미 많이 봐왔던 캐릭터가 될 수도 있잖아요. ’시청자들이 질려 하면 어떡하나’ 우려가 있었죠. 다행히 제가 생각한 방향을 감독님이 좋아해 주셨어요. 1시간 걸릴 촬영이 3시간 걸린 적도 있고요. 그래도 다들 이해해주시고 받아주시더라고요. 정말 하고 싶은 방향으로 연기해 봤어요. 현장에서 바뀐 장면도 엄청 많아요.(웃음)"
-’너의 결혼식’에서 ’초면에 사랑합니다’에 이르기까지 이제 멜로는 김영광의 특기가 됐네요. "주변에서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좋아요. 저도 다양한 장르의 연기를 아직 해보지 않아 쉽게 비교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잘 모르겠지만, 팬분들도 많이 좋아해 주셔서 기뻐요. ’짤’도 많이 만들어졌더라고요. ’내가 멜로를 괜찮게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혼자 기분 좋아하기도 했어요."
-이번 드라마로 ’멍뭉미’를 얻게 됐어요. "그런 말 어색해요. 칭찬을 들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뭐,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하하." -구자성 씨가 인터뷰에서 ’모델계에서 한 획을 그은 분’이라고 극찬을 했던데요. "아니요. 안 들을래요.(웃음) 저는 모델로서 쇼를 선 지가 오래됐는데, 처음 보자마자 ’형은 마지막 쇼가 언제였어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모델 이야기로 시작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나네요. (구)자성이가 저를 편하게 대해주고, 저도 자성이가 좋았어요. 자성이가 자꾸 와서 뭘 물어봐요. ’저는 이 장면을 이렇게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세요?’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아니, 제가 뭐라고. 하하하."
-선배와 일하는 것과 후배와 일하는 것, 어떤 쪽이 더 편한가요. "양쪽이 다 비슷해요. 선배들에게 애교도 잘 부리는 편이라서요. 저는 편한데 선배들은 제가 안 편할 수도 있고요. 하하. 현장에서 선배가 되다 보니 어려운 일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렇게 해보지 않을래?’라고 제안도 해보고 싶은데, 제가 그 후배를 방해하는 것 같아서요. 망설이게 돼요."
-연장자들과 더 잘 지내는 편이네요. "어렸을 때 할머니 밑에서 자라서, 어른들이 편해요. 저는 이경영 선배도 친해지고 난 후 삼촌이라고 불러요. 김해숙 선생님에게도 엄마라고 해요. 그게 더 편해요. 그런 호칭이 가까워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저에게 더 편하게 말을 해주시니까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선생님들이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도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나요. "저는 작가님과 이야기 나눌 때 가장 떨려요. 제 의견을 이야기할 때 ’내가 실례가 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님의 머릿속에 있는 캐릭터를 제가 바꾸겠다는 것이니까요. 작가님들을 대할 때 가장 어려워요. 그래서 대본 리딩을 하면 작가님 주변에서 말도 못 하고 서성대요."
-거절을 잘 못 하는 성격인 것 같아요. "거절을 못 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대부분 다 들어줘요. 구시렁대다가 결국은 부탁을 들어주는 편이에요."
-배우로 전향한 후 차근차근 계획대로 단계를 밟아나가는 중인가요. "계획했다기보다는 시간이 흐르다 보니 이렇게 된 거죠. 그러고 나서 지금 생각해보니 단계별로 걸어온 것 같아요. 풍성하게 많은 일을 겪으며 주인공도 됐어요. 스스로 ’잘 해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관객분들, 혹은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점들을 보면 ’나에게도 이런 장점이 생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3편에 계속
>>[취중토크③] 에서 계속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박찬우 기자 장소=가로수길 테이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