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사진제공]10구단 모든 지도자가 공감한다. 확실하게 1승을 기대할 수 있는 국내 선발투수 한 명의 존재가 얼마나 절실한지 말이다.
1위 SK에는 김광현(31)이 있다. KIA가 5강 경쟁을 흔들 수 있는 팀으로 인정받는 이유도 에이스 양현종(31)이 제 모습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두산, 키움 등 현재 상위팀에도 내년이 더 기대되는 젊은 투수가 있다. KT와 NC, 삼성도 올 시즌 희망을 봤다.
최하위권에 있는 롯데도 위안은 있다. '안경 에이스' 계승자 박세웅(24)이 첫 시련을 순조롭게 넘기고 있다. 2017시즌이 끝난 뒤 오른 팔꿈치에 이상이 생긴 그는 2018년은 재활을 통해 부상 회복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결국 시즌이 끝난 뒤에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야구공을 잡은 뒤 처음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짧지 않은 재활기를 잘 마쳤다. 박세웅은 "여러 단계를 거친 뒤 공을 던질 수 있을 때 즈음에 다시 이전 단계로 돌아가거나 멈추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 나는 문제 없이 소화했다. 심적으로 크게 흔들리진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도 갖던 의구심을 지웠다. '더이상 아프지 않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팔 스윙에 자신감이 생겼다.
2018시즌에 그를 본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투구폼에 비해 공이 말려서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공 끝에 힘을 잃었다는 얘기다. 2017시즌에 시속 143.3km던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부상 뒤 141.5km로 떨어졌다. 그러나 수술 뒤에는 144.2km까지 올랐다. 투구 시작 동작부터 손끝에서 공이 떠나는 메커니즘, 그리고 포수 미트에 공이 들어갈 때에 전해지는 힘까지 2017시즌과 흡사하다는 평가다.
재활 기간 동안 변화를 준 슬라이더도 정착하고 있다. 횡으로 휘는 정도는 이전보다 덜 꺾이지만 구속은 시속 4.5km가 늘었다. 우타자 바깥쪽 낮은 코스로 들어간다. 기존에 주무기는 포크볼이었다. 위력도 있었다. 그러나 팔에 부담을 줬다. 무엇보다 올 시즌에는 통하기 어려웠다. 포수진의 포구 실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네 경기에서 박세웅이 마운드 위에 있을 때 폭투나 포일은 없다.
성적도 준수하다. 지난달 7일 키움 고척전에서 6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이후 세 경기에서도 모두 5이닝 이상 막아내며 3점 이상 내주지 않았다. 7월31일과 지난 9일 나선 삼성전에서는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올 시즌 승수와 평균자책점은 중요하지 않다. 롯데뿐 아니라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우완 투수로 평가받던 그가 부상 암초를 만났고, 긴 재활 끝에 건강한 모습으로 1군 무대를 소화하고 있는 점이 중요하다. 박세웅은 3선발 이상의 역할을 해줘야 할 투수다. 자존심을 구긴 롯데의 재건을 주도할 투수다. 연착륙에 의미를 부여해도 부족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