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2·LA다저스)이 승수 추가가 필요할 때는 언제나 코디 벨린저(24)가 지원 사격을 해준다. 애리조나전에서는 타격감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도우미 본능을 이어갔다.
벨린저는 12일(한국시간) 현재 1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7·38홈런을 기록했다. 타율 8위, 홈런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시즌 중반까지는 MVP(최우수선수) 페이스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춤하다. 7월은 타율 0.265에 그쳤다. 8월에 출전한 아홉 경기에서도 0.161에 불과하다. 홈런 생산 페이스는 유지하고 있지만 정교한 타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류현진의 시즌 12승이 걸린 경기에 나섰다. 벨린저는 그동안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수차례 호수비를 하며 류현진을 지원했다. 그런 면모를 이어갔다. 1회말에 저스틴 터너가 투런 홈런을 치며 기선 제압을 한 상황에서 후속 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마이크 리크로부터 솔로 홈런을 쳤다. 류현진이 편안한 마음으로 2회 투구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벨린저는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2루타를 치며 득점 기회를 열었다. 후속 타자 코리 시거의 안타 때 3루를 밟았고, 윌 스미스의 우측 방면 뜬공에 태그업을 한 뒤 득점까지 했다. 이 경기 4타수2안타·1타점·2득점. 혼자 3타점을 지원한 터너가 1등 공신이지만 안 좋은 페이스에도 4번 타자 임무를 완수한 벨린저가 더 주목됐다.
류현진은 1점 대 평균자책점이라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 시즌도 10승에 그친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이 평균자책점 1.70을 기록하며 사이영상 투표권자에 어필했다. 보증 수표인 건 맞다. 그러나 2018시즌 디그롬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당시 메츠는 내셔널리그 팀 득점 12위에 그칠 만큼 공격력이 안 좋았다. 디그롬의 불운도 연일 화제가 됐다. 반면 올 시즌 다저스는 팀 득점 1위다.
류현진의 승수가 시즌 종료 시점에서 다승 1위 기록과 큰 차이가 난다면 사이영상 투표권자에게 트집을 잡힐 수도 있다. 사견이 반영된다. 전반기 종료 뒤에도 일부 현지 언론은 탈삼진 능력 등 힘에서 앞선다는 이유로 맥스 슈어저(워싱턴)를 사이영상 1순위로 지목했다.
이런 시점에서 류현진의 12승 도전은 세 경기를 넘기지 않았다. 투수의 투구가 가장 좋았고 동료의 도움이 있었다. 벨린저의 지원이 재조명 받는 이유는 애리조나전처럼 류현진이 어렵게 승수 추가를 한 경기에서 그가 유독 잘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좌측 사타구니 부상으로 스스로 마운드를 내려간 4월 9일 세인트루이스전, 복귀 뒤 치른 21일 밀워키전에서는 승수 추가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4월 27일 피츠버그전에서 7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건재를 증명했다. 벨린저는 이 경기에서 0-1로 뒤진 1회말 역전 투런포를 때려내는 등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네 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상황에서 나선 7월 5일 샌디에이고전에서도 점수 차를 4점을 벌리는 솔로 홈런을 치며 류현진의 6이닝 무실점 호투를 지원했다.
벨린저 자신에게도 부진을 털어내는 좋은 계기가 됐다. 다저스 투·타 대들보의 시너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