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도엽(28)은 지난 7월 중순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 디오픈에 출전했다. 2라운드 합계 4오버파로 결과는 컷 탈락이었다. 컷 통과 기준인 1오버파에 3타가 모자란 성적이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문도엽은 디오픈을 통해 골프에 대한 눈을 새롭게 떴다. 올해 초 아시안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가 공동 주관한 SMBC 싱가포르 오픈에서 공동 5위에 올라 디오픈 무대를 처음 밟은 그는 “내 골프가 많이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낯선 링크스 코스와 강풍 속에서의 플레이를 경험한 그는 특히 코스 매니지먼트에 대한 깨달음이 컸다고 했다.
한 뼘 더 성장한 문도엽이 한달도 안돼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문도엽은 11일 충북 음성의 젠스필드골프장에서 열린 동아제약·동아ST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하반기 시즌 개막을 앞두고 치러진 이벤트 대회다. 정규 대회가 아닌 이벤트 대회이지만 문도엽에게 이번 우승의 의미는 작지 않다.
문도엽은 폭염 속에 치러진 8강전에서 승부사 맹동섭(32)을 4&2(2홀을 남기고 4홀 우세)로 꺾고 4강전에 올랐다. 4강 전에서는 엄재웅(29)을 1홀 차로 제쳤다. 결승전 상대는 지난해 코리안투어 상금왕 박상현(36)이었다. 박상현은 올해 유러피언투어와 아시안투어, 일본 투어를 오가며 맹활약 중인 베테랑이다. JGTO 상금랭킹 9위에 올라 있고, 지난달 디오픈에서는 2언더파 공동 16위에 올라 아시아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 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했던 박상현은 결승까지 파죽지세로 올라왔다. 8강전에서 김대현(31)을 3&1로 꺾은 뒤, 4강전에서 권성열(33)을 6&5로 대파했다.
그러나 문도엽은 객관적인 전력상 우세한 박상현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1,2번 홀을 연속으로 따내며 앞서나갔고, 10번 홀을 마치고 4홀 차로 앞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경기는 16번 홀에서 3&2로 끝이 났다. 문도엽은 “(박)상현이 형이 전반부터 잘 안 풀렸다. 운이 좀 따른 것 같다”며 “최종일에는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디오픈의 바람을 경험하고 오니 코스 공략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8월 말 재개되는 후반기 시즌을 앞두고 기대감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도엽은 “전반기에 톱 10 한 차례에 그치면서 이렇다할 성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우승을 시작으로 후반기에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문도엽의 시선은 9월 열리는 신한동해오픈과 10월의 제네시스 챔피언십 등 메이저급 대회를 향해 있다. 문도엽은 “지난해에 KPGA선수권에서 생애 첫승을 거두면서 국내에서 열린 더 CJ컵@나인브릿지에 출전했는데,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올해도 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CJ컵 출전권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과 아시안투어 출전권을 가진 그는 내년 시즌에는 아시아를 넘어 더 큰 무대 도전도 바라보고 있다. 문도엽은 “후반기에 조금만 더 성적을 내면 내년 시즌 아시안투어 풀시드 확보가 가능하다. 유러피언투어나 더 큰 무대로 나아가서 더 큰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