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편의 영화로 영화계를 휩쓴 감독이 두번째 작품을 내놓았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예상하던 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또 다른 명작을 만들어냈다. 관객을 치유했고 따스한 박수를 받았다. '우리들'에 이어 '우리집'을 내놓은 윤가은 감독의 이야기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우리집'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숙제 같은 가족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어른들 대신 직접 나선 동네 삼총사의 빛나는 용기와 찬란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우리들'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국내외 30개 이상 영화상을 휩쓸며 전 세계가 사랑하는 감독으로 떠오른 윤가은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윤 감독은 또 다시 아이들을 영화의 중심에 세웠다. 마주치기만 하면 다투는 부모님이 걱정인 12살 하나(김나연)와 한달이 멀다하고 이사를 다니는 것이 싫은 유미(김시아)·유진(주예림)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름날 풀냄새가 날 것 같은 스크린 위에 아이들의 예쁜 순수함이 떠다니다 관객에게까지 닿게 만든다. "우리집은 진짜 왜 이럴까?"라는 하나의 대사 등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어른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과연 윤가은 감독의 내공이 듬뿍 담긴 '우리집'이다.
-전작 '우리들'의 흥행 이후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생각보다 부담이 되더라. 첫번째 영화가 개봉을 목표로 하고 만들었던 영화도 아니었어서, 결과가 저희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 소화가 안 됐던 것 같다. 어떤 감독이 돼야 하나 고민도 했다. 답이 잘 안 나오더라. 선배 감독들의 조언을 듣고 다음 작품을 빨리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들고 난 후부터는 새 영화 생각만 했다."
-두번째 작품의 시나리오를 가족 이야기로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들' 편집 무렵부터 준비하던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가정 내 폭력과 학대를 다룬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그것을 발전시키면서 '내가 이 안에 어떤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고민하다보니 가족이라는 테두리가 남고 소재는 많이 바뀌었다."
-'우리들'과 비교해 '우리집'을 만들며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 "다른 고민이 있었다. '우리들' 때에는 이창동 선생님이 멘토셨다. 트리트먼트부터 제작의 입장에서 열심히 배우면서 했다. 이번에는 선생님이 안 계신 상태이니 '더 잘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우리들' 때 같이 했던 아토와 함께 하게 됐고, 그때 스태프 분들을 또 다른 멘토로 삼아서 피드백을 받았다. 어렵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이창동 감독님은 이번에는 코멘트를 해주지 않으셨다."
-제자의 완벽한 독립이다. "어떻게 보실지 기대된다. '버닝'과 맞물려 보여드릴 생각도 못했다. 긴장된다. 무섭다. 혼내시는 분은 아닌데, 꿰뚫어 보시는 것 같다. 늘 그런 느낌을 받는다. 재미있게 잘 보셨으면 좋겠다."
-윤가은 감독이 또 어린이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이 화제였다. "주위에서 '이제 다른 영화를 해야지'라든가 '큰 예산의 영화를 해야지'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근데 사람은 잘 안 비뀌는 것 같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도 잘 못하는데. 영화는 변수가 많다. 완전히 다른 걸 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 확장할까, 어떤 것을 찾아낼까라는 고민을 하다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니 이렇게 됐다. 빨리 찍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더 친숙하고 더 하고 싶은 것을 해야 동력이 많이 생길 것 같았다."
-'우리집'을 만들며 어떤 고민을 했나. "다른 분들이 '우리들'의 흥행 스코어가 잘 나왔다고 생각하시는데, 돈을 많이 번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나는 알바를 찾고 있었다. 수익이 나려면 훨씬 더 많은 관객이 들어야 한다. 수익이 났다해도 월세를 메꾸는 정도라고 할까. 알바를 빨리 해야 생활비를 버니까, 고민을 한창 하고 있을 때였다. 다름 사람들 말처럼 큰 영화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규모나 이야기 자체를 제가 책임질 수 있어야 했다. 그러기엔 고민에 큰 시간이 들 것 같았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없을까란 고민을 했다. '우리집'은 내 나름대로 대중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대중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