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이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항공업계 불황이 깊어지면서 '통매각'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주요 계열사를 모두 묶어 파는 통매각 원칙을 고수해왔다. 흔하지 않은 매물이니만큼 흥행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홍콩 시위 장기화, 환율과 유가 상승 등으로 악재가 겹치고 있다. 이제 흥행은커녕 매각 방식까지 고민해야 할 처지다.
악재 겹친 항공업계…하나같이 매출 '뚝'
"요즘은 통 재미가 없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업계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의 말마따나 항공업계가 가장 원하지 않는 사건·사고만 터지고 있다.
일본 경제보복에서 비롯한 불매운동은 대형 항공사(FCC)는 물론 LCC업계까지 파장을 미쳤다. 지난 16일까지 국적 항공사 8곳이 일본 노선을 감축했다. 감축 대상에 포함된 일본 노선은 61개에 달한다. 특히 일본 노선만 23개로 국내 업계 최다였던 티웨이항공은 14개 노선을 운항중단했다.
여기에 원화 약세로 인한 항공유 가격 상승도 업계의 전반적인 부진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원·달러 환율은 최근 2년만에 1200원을 넘어섰다. 기름값이 오르면 유지비도 덩달아 오른다.
당연히 지난 2분기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대한항공 986억원, 아시아나항공 1240억원, 제주항공도 27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매출액은 1조7454억원으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지만, 당기순손실은 2024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계열사인 에어부산도 21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은 원화 약세로 항공유 가격이 올라간 탓이 크다. 한국과 일본,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홍콩 시위 파장으로 중국이 향후 두 달간 신규 노선을 받지 않겠다고 하지 않나. 다들 재미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분기 보다 3, 4분기 실적을 더 우려했다.
'분리매각' 주장 나오자 아시아나 '한숨'
항공업계가 하나같이 고전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도 힘이 빠진 모양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3일 한 공식 행사에서 "서울 강남 아파트는 이번에 못 사면 또 다른 매물이 나오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못 산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금호가 3세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역시 "에어부산 등 알짜 자회사도 일괄 매각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최적의 인수자를 찾을 것"이라며 통매각 원칙을 재확인했다.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증권)은 오는 9월까지 인수 협상 대상 후보군을 가리는 예비 입찰을 마치고, 10월에는 본입찰을 할 전망이었다. 하지만 한창 달아올라야 할 시장 분위기가 8월 중순을 넘어서도 냉랭하다. SK·한화·GS·신세계·애경 등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기업은 있지만, 매수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곳은 애경 뿐이다. '한화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담은 ‘지라시’도 이달 들어 뜸해졌다.
일부에서는 통매각 대신 분리매각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1분기 부채는 9조7000억원이었다. 최소 1조5000억원에서 2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손에 쥐고 있어야 아시아나항공을 손에 쥘 수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 전반적 침체 속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LCC 3개사를 포함한 비상장 저가 항공사의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항공 시장 잠재력 하락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매각 방식 재검토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