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속에 중화권 출신 K팝 아이돌은 '하나의 중국'을 택했다. '차이나머니에 졌다'고 비난하는 여론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나 여론이 스타들에 중국을 지지하도록 압박을 넣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18일 민간인권진선의 주최로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는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11번째 주말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47만6000여명이 몽콕에 모여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곳곳에서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홍콩 시위에 관심을 갖는 가운데 중화권 출신 K팝 아이돌은 중국의 편에 섰다. 엑소 레이, 에프엑스 빅토리아, 세븐틴 준·디에잇, 우주소녀 미기·선의·성소, (여자)아이들 우기, 주결경, NCT 중국팀인 WayV는 물론 대만 출신 라이관린, 홍콩 출신 갓세븐 잭슨도 SNS를 통해 오성홍기(중국의 국기)를 공유하고 중국 정부를 지지했다. SNS 파급력이 큰 아이돌들이 연달아 중국 지지에 동참하면서 국내 포털사이트에 외국어 댓글이 다수 올라올 정도로 온라인 여론전이 뜨거워졌다. SCMP는 "중국 인플루언서들의 행보가 어떤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지 지켜볼 만하다. 왜 그들이 갑자기 애국심에 불타오르게 됐는지 의심해 봐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나아가 레이는 삼성전자 글로벌 사이트가 중국과 홍콩을 별도로 안내해 국가 표기가 모호하다고 문제삼으며 모델 계약 해지를 알렸다. 성명서를 통해 "삼성 스마트폰 브랜드와의 계약을 해지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는 기업은 환영하지만, 중국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해 모호한 입장과 태도를 보이는 단체나 조직은 거절한다"며 위약금을 감수하고서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냈다. 하지만 캘빈클라인 진과 캘빈클라인 언더웨어의 첫 글로벌 홍보 대사로 활동 중인 레이는 캘빈클라인이 홍콩을 국가로 표시했음에도 계약을 해지하진 않았다. 오히려 캘빈클라인이 "언어·국가별 선택창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한다. 중국 영토와 관련된 모든 정보의 정확성을 즉시 재점검하고 수정하겠다. 캘빈클라인은 중국 주권과 영토 보전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캘빈클라인뿐만 아니라 베르사체, 코치, 지방시, 스와로브스키, 아식스 등 글로벌브랜드들이 모두 중국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스타들에 이어 글로벌브랜드들까지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는 입장문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중국을 의식해야만 하는 현실을 지적하는 반응도 있다. 중국 활동으로 얻는 수익을 고려하면 원활한 관계를 위해 중국을 지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SNS 검열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이기에 더욱 중국 정부를 의식해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글로벌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중국 법에 따라야 한다. 규칙을 지키지 않는 다국적 기업은 규탄할 뿐만 아니라 배제해야 한다"는 기사를 냈다. 중국에서 온 엔터 관계자는 "몇 년전에 현지 방송 출연과 공연을 금지한 블랙리스트가 기사로 나온 적이 있을 정도"라며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는 분위기를 전했다.